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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노무현 때문"... 손석희가 전한 '노무현의 유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24 10:23
조회
19
"이게 다 노무현 때문"... 손석희가 전한 '노무현의 유산'

[하성태의 사이드뷰] 노무현 10주기, 그리고 '새로운 노무현'

"그는 정치 1번지, 종로를 두고 모두가 말리는 지역으로 내려갔습니다. '바보' 소리를 들어가며 그가 무너뜨리고자 했던 것은 작은 나라를 조각내듯 지배하는 견고한 지역 장벽이었습니다. 물론 그의 정치역정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어서…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했지요."

손석희 앵커도 당연히 기억하는, 2000년대를 기억하는 이라면 잊지 못할 바로 그 수사,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그런 시대였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환생경제'라는 연극을 만든 뒤 무대에 직접 올라 연기까지 하며 현직 대통령을 조롱했고, 보수언론의 십자포화와 검찰과 같은 권력기관의 견제가 쏟아졌으며, 급기야 인터넷 상에서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댓글 놀이가 성행했더랬다.

고 노무현 대통령 10주기를 맞은 23일,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가 앵커브리핑을 통해 길어 올린 기억이 바로 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였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연정에, 지지층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강하게 냈던 한미 FTA에, 대통령의 결단을 요했던 이라크 파병에, 그러니까 대통령 노무현의 파격에 적지 않은 이들이 그 댓글 놀이에 동참했던 상황이었다.

손석희 앵커는 그러나 이 '노무현 때문'이란 당대의 놀이를 그의 '유산'으로 재해석했다. 일례로, 대구를 달리는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518 버스'와 광주를 달리는 (1960년 대구 민주운동) 228 버스'라는 달빛동맹을 지칭하는 지역주의 타파의 흐름을 소환하면서.

손 앵커는 "정치인들이 만들어 놓은 뿌리 깊은 분열과 왜곡"을 깨부수고자 했던 정치인 노무현의 '숙명'이자 '운명'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싸워왔던 그 길과 발자취가 어떤 족적을 남겼는지, 그 유산을 우리가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바로 이렇게.

"축구 대표팀이 져도, 비가와도, 연예인이 실수를 해도… 사람들은 그 유행어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카타르시스는 과연 온당한 것이었을까… 어리석어 보였던 그의 시도들은 하나둘 조금씩 뿌리를 내려서 견고한 장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으니…

달구벌을 달리는 '오일팔'번 버스와 빛고을을 달리는 '이이팔'번 버스… 오늘날 지역을 넘어 함께 가고자 하는 끊임없는 시도들… 따지고 보면 이것도 다는 아니어도 적어도 어느 정도는 노무현 때문이 아닐까…."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노무현의 유산, 그 끊임없는 소환

그렇게 10주기를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리는 여러 방식으로 소환하고 기억하는 중이다. 꽤나 흥미로운 장면은 얼마 전 또 있었다. 때 아닌 '인터뷰어 태도' 논란을 낳았던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KBS 특별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를 본 국민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일종의 '자사 비판'으로 관심을 모았던 <저널리즘 토크쇼 J> 역시 그랬던 듯 싶다.

"이번 KBS가 중계한 대통령과의 특별 대담을 보면서 2006년도에 손석희 당시 MBC 앵커와 노무현 대통령이 함께했던 MBC <100분 토론> 특집 대담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불편한 질문들이 오갔던 대담이었지만 그런 비판은 많이 나오지 않았던 방송이었는데요. 화면 함께 보시고 또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인터뷰어 손석희'에 주목했다. KBS 송현정 기자의 인터뷰어로서의 역량과 태도 논란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눈에 들어온 것은 사실 대통령 재임 시절 '달변가 노무현'의 언변과 철학이었다. 그래서 다시 찾아 봤다.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는, 여전히 '레전드'로 회자되는 이 특집 대담 속 '현직 대통령'의 노무현을 마주하는 일은 아련하지만 애틋할 수밖에 없었다.

"부담도 필요한 건 해야겠죠. 그러나 한국은 가만있다가, 94년처럼. 94년처럼 북·미 간에 대화하는데, 대화하지 말라고 딴소리 하고 있다가 덜컥 짐만 지는 것과는 달리 우리도 부담할 건 부담하겠다, 왜냐하면 우리로서는 평화의 비용, 미래 통일의 비용, 이런 것이 어차피 전부 우리 몫인데,

이것을 지금 준비하고 대처해 나가면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마는, 뒤에 가서 하면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우리도 부담할 건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한국 당신들은 구경이나 하고 있다가 짐이나 지느냐?' 이렇게 좀 냉소적으로 스스로를 비하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북문제에 대한 한미 공조와 한국의 역할에 대해)

"예, 그 옛날에 처음 제가 정치를 시작할 때쯤에는 저의 여성관이라든지 정치에 관한… 여성 정치라든지 여성 사회활동에 관한 관이 상당히 진보적이었는데, 그 뒤 몇 년 지나고 나서 대통령 후보 때쯤 보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정책이 남들보다 좀 유달리 진보적인 수준이 안 되더라고요. 말하자면 다른 분들의 여성 정치의 사회 활동에 대한, 사회 참가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가지고, 그렇게 해서 저도 이제 특별히 여성주의자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여성… 되도록이면 여성들 기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꾸만 '여성이 조직 관리 능력이 떨어진다' 하는데, 기회를 드리고, 기회의 부여, 어떻든 한번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드려야 할 수 있고, 여성이 이제 나가면 이제 후배들을 끌어줍니다. 여성 한 사람이 있으면 후배들을… 같은 경우에는 여성을 밀거든요. 근데 그런 것 때문에 한번 한 것이지, 다른 특별한 뭐 공치사할 만한(웃으며)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여성 정치인이 다음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서) 아, 예, 그 점은 중립입니다. (일동 웃음) 그건 누가 하더라도 저는 좋은 대통령이면 된다, 꼭 뭐 대통령 자리까지 여성에게 우선권을 준다,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어떻든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이면 좋겠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중립입니다."

더없이 솔직했다. 겸허하면서도 꼿꼿했다. 외교와 정치 현안, 복지 등 민생 문제 등 '인터뷰어 손석희'의 송곳 같은 질문이 비수처럼 꽂혔을 터. 그럼에도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철학을 소신 있게, 유연하게 설파하고 있었다. 때로는 유머를 섞어 가면서, 또 때로는 겸연쩍어 하면서.

지난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대담을 보고 이런저런 이유로 실망하거나 분개한 이들에게, 이 12년 전 <100분 토론>을 꼭 다시 한 번 시청하길 권하는 바다. 2003년 취임 첫 해 총 11회, 임기 내(2003~2008년) 150회 기자회견을 하고, '자유 질문 형식'을 처음으로 도입했던 대통령 노무현의 '토론'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손쉬운 기회일 테니.

심지어 '대통령과의 대담'에서마저도 우리는 이 '노무현의 유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이들은 단순히 노무현을 지지했거나 그에게 표를 던졌던 이들만은 아니다. 10주기를 맞아 자칭 '보수' 인사들도 이른바 '노무현 앓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것이 정치·정략적 수사이든, 기회주의적이고 대중영합적인 제스처든 말이다.

보수 정치인들의 '노무현 앓이', 그리고 부시의 추도사

10주기 당일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도,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노무현', '노무현'을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23일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의 서두 발언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르는 요즘"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정신적으로 계승했다던 문재인 정부는 오늘 하루 만큼은 참여 정부의 정책적 유연성을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 대표도 이날 오후 강원도 고성 산불 피해 지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화합과 통합 정신을 기리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통합 사회의 큰 길로 가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홍준표 전 대표도,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 역시 "노무현도 그랬다"거나 "차라리 노무현이 그립다"는 말을 내뱉기도 했다. 지난 11일 <뉴스룸>은 이를 두고 "야당의 '노무현 앓이'"이라 꼬집을 정도였다.

하지만 역사는 기록한다. 대통령 노무현을 취임 전부터 격렬히 반대했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를 넘어 경멸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던 당시 한나라당 인사들의 언사를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당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누구는 "식물 대통령 노무현을 타도하자"고 했고,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걸고넘어진 심재철 의원은 "그놈의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참 쪽팔린다"고도 했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듯한 '보수'의 표변 역시도 '노무현의 유산'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들의 재평가 대부분이 철학이나 인력 면에서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를 깎아 내리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니까. 한미 FTA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등장하는 건 그래서이지 않은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우향우', '우클릭'에 대한 요구 말이다.

"그런데 사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대통령이 사실 인기는 굉장히 없었어요. 그리고 지지층까지도 돌아설 정도로, 그리고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그런 분위기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시 재평가를 받고 있는데 저는 이제 굉장히 유연했다고 기억돼요.

그리고 실용적이었다고,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런 거에 비해서 지금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는 경직되고 너무 이념적이고 지지층에 편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무현 정신을 좀 계승했으면 좋겠습니다."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정두언 전 의원의 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차라리 점잖은 듯 솔직한 편이라 할 수 있겠다. 자, 그러니까 '노무현의 유산'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그 인식의 지평에서 되새길 수밖에 없는 문제이리라. 그런 점에서,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추도사는 꽤나 의외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노무현이 묻는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하자, 권양숙 여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모습을 새긴 판화작품을 선물하고 있다.

"저는 노 대통령님을 그릴 때 인권에 헌신하신 노 대통령님을 생각했고 친절하고 따뜻하신 노 대통령님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또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신 분을 그렸습니다. 오늘 저는 한국의 인권에 대한 그분의 진심이 국경을 넘어 북으로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용기 있게 내는 강력한 지도자를 그렸습니다. 그 목소리를 내는 미국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 여느 지도자님과 마찬가지로 노 전 대통령님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았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북을 '악의 축'으로 설정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조지 W.부시 미국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들고 봉하를 찾은 그가 기억하는 노 전 대통령은 '인권 대통령'이자 용기 있게 자신의 소신을 펼친 정치인이었던 듯 싶다. 한국의 보수 정치인 중 그 누구도 이런 평가를 내리지 안(못)했다는 점에서,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유불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외부로부터 전해진 이 평가는 그래서 더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으리라.

노무현 재단이 제시하는, 윤태영 전 비서관이 만들었다는 '새로운 노무현'이란 구호는 그래서 더더욱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마치 영어의 'move on'이란 표현처럼. 노 전 대통령이 떠난 지 10년, '새로운 노무현'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국민들이 받아들였고 내면화한 '노무현의 가치'를 어떻게 계승할지에 대한 제시어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손석희 앵커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란 유행어를 빌려 '지역주의 타파'라는 '노무현의 유산'을 되새겼다. 그렇게 노무현이 묻고 있다. 당신에게 '노무현의 유산'은 무엇이냐고, 10년 전과 달리 그 유산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줬느냐고. 그리고, 이낙연 총리가 23일 페이스북에 적은 추모의 글은 그 '노무현의 유산'에 대한 더없이 적절한 응답이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 10주기 추도식. 대통령님은 스스로를 '봉화산 같은 존재'라 하셨습니다. 연결된 산맥이 없이 홀로 서 있는 외로운 산이라 하셨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대통령님은 결코 외로운 산이 아니십니다. 대통령님 뒤로 산맥이 이어졌습니다. 국내외에 수많은 봉화산이 솟았습니다."

오마이뉴스(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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