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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소통

[시론] 전두환 前 대통령께… / 박관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14 12:47
조회
271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상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받을 수 없다 할지라도 공직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11대, 12대 대통령을 역임하셨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기에 오랜만에 국민 앞에 서시는 모습에 진실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열두 시간 넘게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볼 수 있었던 것은 불쾌하신 표정, 짜증스러운 언사, 국민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도망치듯 멀어져 가는 차량, 군중에 밀려 쫓기듯 차에 오르는 모습뿐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당신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을지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신군부의 혈맹적 동지이자 당신이 후계자로 지목했던 대통령이 당선된 후 재임시절 유치한 서울올림픽 개막식 VIP 참석은커녕 백담사로 유배를 떠났고 5년 뒤에는 '골목성명'이라는 선전포고식 발언을 남기고 고향인 합천으로 떠났지만 체포돼 수감된 다음 이듬해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았는데 이제 다시 자의 반 타의 반 광주로 향하는 발걸음에 얼마나 많은 인생 회한이 밀려왔겠습니까?

그렇게 어려우셨습니까? 5ㆍ18민주화운동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망월동 묘역에 자신의 손으로 묻었거나 아직 행방조차 알지도 못하는 580여명의 유족들을 비롯한 720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들 앞에 겸손하게 머리 숙이는 것이…. 광주법원을 에워싼 기자들에게 고함을 치시던 용기였으면 충분히 할 수 있으셨을 터인데 당신의 모습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저는 시골중학교 재학 중 1980년 5월18일을 맞았기에 광주의 일을 라디오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골 방앗간 벽에 붙었던 커다란 전지 크기의 계엄령 포고문은 아무 것도 모르는 시골소년마저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당신께서 광주에 도착했을 때 고함치던 초등학생들은 5ㆍ18민주화운동을 이야기로만 들어 알던 순진한 소년들이었고 당시 상황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은 감정을 자제했습니다. 아마 이들도 저와 같이 당신께 전직 대통령으로 일말의 희망을 노심초사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께서 진실을 외면하기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한민국 사회는 객관적으로 증명된 5ㆍ18민주화운동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념적 대립을 해야 합니까? 그리고 망월동 묘역에 안장된 영령들은 왜 39년이 지난 지금도 편히 쉴 수 없는 것입니까? 쓰라린 지난날의 상흔을 눈물로 치료하던 유족들의 상처는 당신께서 뿌린 소금에 얼마나 더 아파해야 합니까?

전두환 전 대통령님! 사람의 인생에는 다섯 가지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 당나라 주신중의 말을 빌리자면 먹고사는 문제를 준비하는 '생계', 건강을 돌보는 '신계', 가족관계를 정립하는 '가계', 국가와 자녀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당당한 노후를 위한 '노계', 생을 마감할 때 무엇을 남기고 갈 것인가를 설계하는 '사계'를 말하는 것이지요.

생로병사는 인간이 맞이하는 필연의 법칙입니다. 미수(米壽)의 대한민국 원로이신 당신께도 이 필연의 법칙은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노계가 진행되고 있는 당신께서 어떤 사계를 만들 것인가는 오로지 당신의 몫입니다. 저는 이 편지를 쓰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욕먹을 각오를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로부터는 "쥐뿔도 모르는 ×이 건방지다" 또 당신을 전두환씨라 칭하는 사람들로부터는 "누구를 전 대통령이라고 칭하느냐?" 등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고의 영예로운 직책을 지낸 당신께서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고 "왜 나만 가지고 그래?"
라는 원망 서린 한이 당신의 가슴에 남아있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합니다. 물론, 당신께서 재임 중 하신 모든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공과(功過)를 구별해 평가받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는 진실한 사과가 없었기에 용서를 받지 못했던 까닭입니다. 며칠 전 당신께서 광주에 도착할 때 그들은 용서할 마음을 분명히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오늘따라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인자하신 바보미소와 "내 탓이오"라는 말씀이 귓가에 맴돕니다. 부디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길 앙망합니다.

아시아경제 /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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