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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소통

의인상 받은 이탄희 판사. 왜 사직해야만 했을까?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1-31 13:35
조회
339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문제를 최초로 알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이 세상에 드러나게 한 건 이탄희 판사의 용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탄희 판사가 2년을 버티다 결국 사표 제출했다.

오늘 [Why뉴스]에서는 <의인상 받은 이탄희 판사. 왜 사직해야만 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탄희 판사가 사표를 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

= 힘들어 한다는 건 알았지만 사표를 바로 낼 것이라는 건 몰랐다. 2주 전쯤에 이탄희 판사를 만났는데 그 때 이미 사표를 낸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 판사는 "대법원에서 사표가 수리됐다는 통보가 없어서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건 아니라는 거냐?

= 사표 제출은 이미 오래전에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판사를 잘 아는 법관들에게 물어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건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2018 공익제보자의 밤 및 의인상 시상식'이 지난해 12월 7일에 열렸다. 그 때 이탄희 판사가 의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상을 받았는데 사법농단 사태가 터진 후 처음으로 외부 공식행사에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0월 초부터 후보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이탄희 판사가 수상자로 선정되고 직접 시상식작에 나타나기로 한 걸로 미루어 그 즈음에 사직을 결심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추정한다.

이탄희 판사는 1월 29일 코트넷에 올린 사직인사 글에서는 "이번 정기인사 때 내려놓자고 마음먹은 지는 오래되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2년이 길었다. 작년 이맘 때 즘 다시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다시 1년을 겪었다. 2년간 유예되었던 사직서라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 이탄희 판사가 왜 사직을 결심하게 됐을까?

= 이탄희 판사의 마음은 '사직인사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판사는 "저는 우리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며 "무엇을 하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겠습니다. 저 자신에게 필요한 일이 무엇인가부터 먼저 생각해보려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탄희 판사를 만났다는 선배 법관은 "현실에서 도피한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 어떤 일을 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닌가?

= 그렇다. 이 판사는 "2~3개월 정도 쉬면서 어떤 일을 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변호사 등록은 할 걸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한다.

두 번째는 명예를 지키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탄희 판사에게 '왜 사직을 선택해야만 했나?'라고 물었더니 "제가 명예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음미해주셨으면 합니다. 전력을 다할 수 없으면 내려놓는 것이 좋아요 저는."라고 답했다.

이 판사는 지난해 말 참여연대에서 의인상을 받을 때 수상소감을 밝혔는데 "사실은 저는 부끄럽지만 공익을 위한 제보를 한다는 취지 이전에 공직자로서 제 명예, 직업윤리를 지킨다는 취지가 가장 컸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다만 그것을 지켜나가는데 있어서 진정성을 가지려고 하면 내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놔야 되겠다. 그러는데 있어 용기가 필요하다. 그 부분을 실천하려고 노력했고요. 사실 그게 벌써 작년(2017년)입니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힘들고 지쳤기 때문일 것이다.

이탄희 판사를 만나본 인상은 '사람이 참 맑다'는 것이었다. 전직 한 대법관은 이탄희 판사를 '안중근 의사'에 비유했는데 인상은 맑고 차분한 모범생스타일이었다.

한 선배법관은 "이탄희 판사는 원칙주의자이면서 마음이 아주 여리다"면서 "사법농단과 관련해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 얼마나 지치고 힘들겠나? 라고 말했다.

이탄희 판사는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회복과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2년이 길었다. 작년 이맘 때 쯤 다시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다시 1년을 겪었다. 2년간 유예되었던 사직서라 생각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니 미련도 두려움도 줄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지난 2년간 배운 것이 많다."면서 "한번 금이 간 것은 반드시 깨어지게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결국 인생은 버린 사람이 항상 이긴다는 것을 저는 배웠습니다. 깨진 유리는 쥘수록 더 아픕니다. 하루라도 먼저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희망이 안 보였기 때문 아닐까 하는 분석이다.

이 판사는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뒤 법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발 움직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판사의 한 동료판사는 "양승태 사법부뿐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에서도 결국 이탄희 판사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동료 판사는 "이탄희 판사가 처음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며 저항한 이후 법원이 사법농단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거짓을 말하지 않고 스스로 참회하며 사법개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법원은 정확히 반대로 갔다. 세차례에 걸친 진상조사 때마다 관여자들은 거짓을 말했고, 진상규명 의지가 없었다. 법원은 자성하기보다는 검찰을 비난했고 사법농단을 정당화 하는 논리가 법원안에서 힘을 얻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탄희 판사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상처받고 외로워했다. 그러면서 다 내려놓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이탄희 판사가 미래의 판사들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실질을 찾아가기를 바란다고 한 걸까?

= 그런걸로 보인다.

이 판사는 사직 인사 말에서 "지난 시절 행정처를 중심으로 벌어진 헌법에 반하는 행위들은 건전한 법관사회의 가치와 양식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법관이 추종해야 할 것은 사적인 관계나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공적인 가치"라고 밝혔다.

이 판사는 "가치에 대한 충심이 공직자로서의 명예라고 생각한다. 가치에 대한 배신은 거부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번 물러서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심경을 언급했다.

이 판사는 특히 "판사가 누리는 권위는 독립기관으로서의 권위라고 생각한다. 조직원으로 전락한 판사를 세상은 존경해주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대로, 성운처럼 흩어진 채로 모여 있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미래의 모든 판사들이 독립기관으로서의 실질을 찾아가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의인상 수상소감에서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공직자가 공적인 절차에서 특히 공적인 문제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부정직함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그런 문화가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꼭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면서 "특히 우리 젊은 공직자들이 그런 부정직함을 합리화하는 그런 조직 논리를 학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이탄희 판사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제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이탄희 판사를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법관은 "사람들은 이탄희 판사나 이문옥 감사관이나 이지문 중위 같은 귀중한 사람들을 금새 잊어버린다. 언론도 금방 지나간다"면서 "근데 이사람 후유증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가 지켜줘야한다."고 덧붙였다.

bamboo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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