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블리]12년 전 인연…정태수 '미치도록 잡고싶었던' 검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7-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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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배 대검 국제협력단장, 2007년 당시 정태수 사건 주임검사…끈질긴 송환 작업 결실

"12년 전 정태수 사건을 맡아 눈앞에서 그를 놓친 주임검사가 12년 후 정태수 부자를 쫓아 결국 아들 송환에 성공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단장 손영배 부장검사)이 지난 22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아들 정한근씨를 에콰도르에서 국내로 송환하고 정태수 전 회장의 사망 가능성을 확인하자 검찰 내에서는 손영배 대검 국제협력단장과 정 전 회장의 12년 전 인연이 회자됐다.

정 전 회장은 12년 전인 2007년 항소심 재판 중 치료 차 일본에 다녀오겠다며 법원에 출국금지 해제 소송을 낸 후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해외로 출국해 그 뒤로 자취를 감췄다. 당시 강릉 영동대 교비 72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의 수사를 담당했던 주임검사가 손영배 단장이었던 것.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출국한 후 돌아오지 않자 그해 10월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피고인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해외로 도피한 정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엔 이미 늦어버렸다. 서울중앙지검 평검사였던 손 단장은 그렇게 정 전 회장을 눈앞에서 놓쳐버릴 수밖에 없었다.

10여년이 지나 부장검사가 된 손 단장은 지난해 대검 국제협력단장에 임명됐다. 체납액이 3000억원에 이르는 정 전 회장 일가를 붙잡아 은닉 재산을 환수하는 것을 숙원 사업으로 삼았던 문무일 검찰총장의 부름을 받으면서다.

대검 국제협력단은 해외 수사가 필요한 사건에 대해 외국 수사기관의 공조를 얻어내고 해외 도피 사범의 국내 송환과 해외 은닉 재산을 환수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담당한다. 정 전 회장의 수천억원대 체납액을 환수하기 위해서는 해외 모처에 도피하고 있을 그를 찾아 송환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10여년 전 정 전 회장을 놓쳤던 주임검사가 다시 정 전 회장을 붙잡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문 총장 역시 발벗고 나섰다. 검찰총장 임기 중 마지막 해외 출장지를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에콰도르로 잡은 것도 정 전 회장의 송환을 위한 포석이었다.

특히 에콰도르에서 이들 부자의 행적이 전해지자 국내 송환 작업도 더욱 분주해졌다. 손 단장은 지난 4월 먼저 에콰도르를 찾아 수사당국의 수장들을 두루 만나며 정 전 회장과 정씨에 대한 수사와 송환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 법적으로 불가하다는 답을 들었지만 설득 작업은 계속됐다.

문 총장이 에콰도르 검찰총장을 만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콰도르를 방문하려다 무산된 후에는 화상 전화를 통한 '작전 회의'가 수시로 열렸다.

결국 에콰도르는 정씨가 파나마 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나려던 한 시간 전 국제협력단에 이를 알려줘 정씨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정씨의 신병 확보로 아버지인 정 전 회장의 사망 소식도 확인됐다. 비록 살아있는 정 전 회장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12년간 추적이 결말에 이르게 됐다.

머니투데이 /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