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사주, 부동산 재벌…탈세 의혹 숨은 재산가 95명 세무조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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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혐의로 2심 재판 중인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그는 부동산 임대업체 ‘정강’을 설립한 뒤 자신이 이용하는 차량 유지비 등으로 1억3993만원(2015년 기준)을 사용했다.

이 회사는 중소기업 세제 혜택까지 적용돼 세율은 소득세보다 낮은 6.45%를 적용받았다. 당시 부동산업체를 이용한 우 전 수석의 ‘절세법’은 고액 자산가 사이에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정부는 2016년 이를 ‘편법’으로 보고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무늬만 법인’인 가족회사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국세청이 이런 ‘우병우식 꼼수 절세’ 혐의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선다고 7일 밝혔다. 이날부터 6개월 동안 탈세가 의심되는 거액 재산가 95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평균 재산 1330억, 총 12조 넘어
대기업과 달리 감시 사각지대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부동산 재벌,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등 ‘숨은 대재산가’의 탈세가 국민에게 상실감을 주고 있다”며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 고발 등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100명에 달하는 부유층에 대해 한꺼번에 세무조사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이나 상장회사 등은 국세청의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받는다. 그러나 매출액 1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들은 지역 세무서 조사에 그치는 등 세무조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또 우 전 민정수석처럼 부동산 법인을 이용하는 부동산 재벌이나 회계·세무·법무법인의 도움을 받고 탈세 행위를 일삼는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등에 대해서도 조사 인력 부족 탓에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조사 대상자 선정에 2015년에 구축된 차세대 세무정보분석 시스템(NTIS)을 활용했다. 해외 출입국 현황과 고급 별장, 고가 미술품 등 사치재 취득 내용, 국가 간 정보 교환 자료 등을 6개월 동안 분석해 95명의 탈세 의심자를 추리게 됐다. 국세청 집계 결과 이들 95명이 보유한 재산은 총 12조6000억원으로 1인당 평균 재산은 1330억원에 달했다. 다만 조사 대상자 95명 가운데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관계 인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세청이 그동안 조사한 고소득 재산가들의 탈세 유형들은 일부 대기업의 탈세 행태와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자녀 해외여행에 법인카드를 사용하고 해외 거래처에서 받은 돈을 해외 부동산 투기에 사용한 뒤 회사에는 비용이나 손실로 처리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이익 규모가 줄기 때문에 그만큼 납부해야 할 법인세도 줄어들게 된다. 일부 기업인은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가 개발한 기술을 사주 본인 명의로 특허 등록한 뒤 이를 회사에 되파는 방식으로 내부 자금을 횡령한 사례도 있었다. 김 국장은 “대기업이 아닌 ‘숨은 재산가’들의 세무 검증 기회가 적은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 단위 조사에 나서게 됐다”며 “이번 조사는 세법에 따른 ‘공평 과세’ 원칙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