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케이블카]②최순실 개입 의혹 일었던 '오색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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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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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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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2013년 무산 거듭하다 2014∼2015년 '일사천리' 진행

남산과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에 이어 앞으로 제3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노선이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계획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 계획의 시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맏사위 한병기씨가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의 사업권을 받은지 12년 후인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원도는 설악산에 제2의 케이블카 노선을 허가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설악산 오색약수터와 끝청 구간을 잇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환경 훼손'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이후 이 사업을 재추진하려는 시도가 30여년간 간헐적으로 반복됐지만, 거의 진척이 없이 원점에서 맴돌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초기인 2013년 9월에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훼손'을 이유로 강원도의 사업 신청을 불허했다. 그러나 그 후 1년도 되지 않아 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180도로 바뀐다.

◇ 전경련이 제안하고 정부가 '화답'

2014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를 정부에 건의하면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노선 신규허가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승철 당시 전경련 부회장 겸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은 각종 규제 탓에 국내 산악관광이 발달하지 못했다며 자연공원에 케이블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언급하며 "군민 대다수가 지지하는 숙원 사업이나 위원회 부결로 10년째 좌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측 문건은 기존의 법과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법 조항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상세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두 달 후 정부가 화답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직접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고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과 '산지관광 활성화'를 관광서비스 분야 과제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은 회의에서 케이블카 사업을 '적극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환경부가 소극적 입장이었지만 이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상태"라며 "과거와 달리 케이블카 설치를 관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환경부는 "환경친화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양양군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케이블카 설치 안이 신속히 국립공원관리위원회 심의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기존 입장과 정반대로 적극 협조 의사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 9월 5일 김종 2차관 산하의 관광레저기획관 주재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 회의'를 열고 오색케이블카 추진에 힘을 실었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성격의 TF였다. 특히 첫 회의에는 이해 당사자인 양양군의 오색삭도(케이블카)추진단장이 참석해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박 대통령은 그 해 10월 30일 평창군을 찾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볼거리라든가 이런 것과 관련해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조기에 추진이 됐으면 한다"며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독려했다.

김 차관은 문체부의 비밀 TF 회의가 끝난 다음 날인 2015년 1월 28일 직접 '2015년 관광정책 중점 목표'를 발표하고 설악산에 친환경 케이블카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환경부도 같은 해 4월부터 비밀 TF 가동에 들어갔다. 환경정책 제도개선위원회는 이 TF가 민간전문위원회의 조사에 앞서 양양군과 계획을 논의하는 등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도록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결국 정연만 당시 환경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있던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는 2015년 8월 113차 회의를 열고 오색케이블카 시범사업안을 의결했다.

제출한 사업 원안 중 7가지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양양군은 1982년 처음 사업을 신청한지 33년 만에 처음으로 사업 추진을 위한 정부의 승인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 최순실 개입 의혹 제기됐으나 확증은 없어

결정 과정에 관한 공식 문서만 보면 전경련의 제안을 받아들인 청와대가 케이블카 설치를 본격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시 현직 대통령과 정부 부처들이 일제히 나서서 사업을 밀어붙인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비선실세'로 꼽히던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씨는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일대와 이목정리 등에 모두 24만9천144㎡의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2002∼2004년에 이 땅을 사들여 딸 정유라 씨와 지분을 나눠 보유중이다. 시세는 최소 10억원으로 평가되지만 초지법 등 규제에 묶여 개발되지 못하고 있었다. 입지상 오색케이블카 노선이 실제로 생기면 엄청난 개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설악산 개발로 일대에 규제가 풀리면 개발 이득을 보려 했거나 박 대통령 퇴임 후 사저 부지로 사용하려 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돼 왔다.

또 오색케이블카 신설이 최종 결정됐을 경우 누가 사업자가 될 것인지는 여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2016년 가을, 당시 이정미 정의당 의원 등은 박근혜 정부가 처음부터 케이블카 사업에 열의를 보였다고 주장하며 이런 태도가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3년 7월 24일 첫 지방자치단체 첫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강원도를 방문했는데, 청와대가 바로 다음 날 환경부에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서두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강원도 방문 하루 전날 미리 업무보고 자료를 받아본 정황도 훗날 최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됐다.

최씨의 '하수인'처럼 일하며 최씨 일가의 사업 확장에 힘을 보탰던 김종 전 차관과 이 전 부회장이 이 사업 추진의 '쌍두마차'로 활동했다.

이 전 부회장이 외국 사례와 국내법 조항을 콕콕 집어내 계획을 만들자, 김 전 차관은 비밀TF 운영 외에도 산악관광진흥법 입법과 중점관광계획 발표 등으로 막대한 행정력을 쏟아부으며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당시 이정미 의원은 "최순실과 측근들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이권을 챙기려 하고 있다는 정황을 보면, 설악산케이블카도 이들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서 계획된 것일 수 있다"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 후 검찰 수사가 이뤄지긴 했으나, 양양군청 공무원 2명이 케이블카의 경제성 검토 보고서를 변조한 혐의로 기소됐을 뿐 최순실씨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 전경련의 '산지개발 야망' 지적도

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을 4년간 해 온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최순실씨 연루 의혹 자체보다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산지개발 야망'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국장은 "우리나라는 더 이상 개발할 데가 없기 때문에 남은 데는 보호 지역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악산은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등 가장 중첩된 규제를 받는 곳"이라며 "설악산을 뚫으면 (다른 산지 규제도) 다 뚫린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입지에 적합하지 않았던 사업들을 위해 중첩 규제를 뚫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전경련의) 목적이었고, 이승철(전 전경련 부회장)의 핵심 역할도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국장은 전경련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산지 규제 완화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워 재계의 규제개혁 요구를 적극 수용했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모든 용도지구에서 시설물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자연공원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정 국장은 "설악산 케이블카, 흑산도 공항 같은 사회적 갈등 유발 사업들의 근거가 된게 2010년의 자연공원법 시행령"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때까지 전경련의 요구는 산업이나 유통 등 다른 분야와 함께 관광·레저 분야의 규제도 풀어달라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설악산이나 케이블카 사업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정 국장에 따르면 전경련이 '산악관광 활성화'라는 화두를 본격적으로 들고 나온 것은 박근혜 정권 출범 후부터다. 2014년 6월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책 건의'라는 제목의 문건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다.

이 문건에서 전경련은 '설악산 친환경 케이블카'나 '오색케이블카'를 명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한다. 전경련은 "케이블카·산악열차가 관광객 유치 및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함에도 진입장벽 및 규제정책으로 활성화 저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산악열차 확대"를 주장했다. 아울러 강원도 양양군의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가리켜 "(국립공원)위원회의 부결로 10년째 좌초되고 있다"며 정부규제의 대표적 피해사례로 꼽았다.

연합뉴스 / 탐사보도팀 / ohyes@yna.co.kr, ye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