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금도' 지키게 된 MB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1-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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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김성우 등 핵심 증인 모두 안 나타나... 변호인 "법원-검찰 협조해달라"

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전략이 무너지고 있다. 1심에서 '금도'를 지킨다며 측근을 부르지 않았던 이 전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핵심 증인들을 대거 신청했지만, 대부분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부장판사 김인겸)는 16일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4차 공판을 열었으나 10분 만에 끝냈다. 증인 신문이 예정된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전 사장의 주소지로 소환장을 보냈지만, 폐문부재(문이 잠겨있어 사람이 없음)로 송달이 되지 않았다며 기일을 다시 잡기로 했다.

김 전 사장은 검찰에서 '다스는 MB 것'을 진술한 핵심 측근이었다. 검찰이 1심 재판과정에서 공개한 조서 등에 따르면 그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가 설립됐으며 비자금도 조성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김 전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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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증인이 법정에 서지 않는 게 처음은 아니다. 지난 9일 증인으로 채택돼있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역시 폐문부재로 소환장 자체가 송달되지 않아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부회장은 주요 쟁점인 삼성 뇌물 혐의를 진술한 관계자다. 그는 검찰에서 이 전 대통령 쪽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비 지원 요청이 들어와 이건희 회장의 승인을 받은 뒤 지원했다고 진술했다. 그 대가로 이 회장 사면 등 삼성 현안에 청와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기대했다고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 계획이 담긴 'PPP(Post President Plan)'을 작성한 제승완 전 청와대 민정1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지난 11일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문건은 '이상은 회장의 다스 지분 일부를 이명박 재단에 출연해 VIP의 퇴임 후 활동 지원에 활용한다'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다스 실소유주로 의심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 전 선임행정관은 당초 '부르면 나가겠다'고 했지만, 재판 직전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다급한 MB, 법원·검찰에 협조 요청

이 전 대통령 측은 다급해진 모양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중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법리만 검토하기 때문에 항소심은 증인을 부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전부 무죄'를 주장하는 이 전 대통령으로선 어떻게든 반전을 일으켜 결백을 입증하거나 최소한 형량이라고 깎아야 한다.

변호인 강훈 변호사는 재판 뒤 취재진에게 "법원 집행관이 (이들의) 집에 가도 가족조차 없다는 건 의도적으로 피한다고밖에 생각이 안 된다"라면서 "검찰에 가서는 여러 번 진술했던 주요 증인들이 법정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또 "재판부가 구인장을 발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강 변호사는 법정에서 "핵심 증인들이 송달을 회피하는데 검찰에서 연락이 된다면 협조해달라"라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법원과 검찰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증인이 소환장을 받지 못하면 출석할 의무 자체가 없는 데다 법원이 송달받지 않은 증인에게 구인장을 발부할 법적 근거도 없다. 앞서 재판부 또한 "소환장이 송달도 안 된 상태에서 구인장을 발부하기는 좀 그렇다"라고 말했다.

검찰도 재판 단계에서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하지 않겠다는데 검찰에서 어떤 걸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라며 "이미 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진술조서를 모두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해 이들의 진술 증거능력에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후 증인신문이 예정된 권승호 전 다스 관리본부장,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비서관에게도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

배지현 기자 /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