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北에 청구한 웜비어 부모…김정은 스위스 비밀계좌 겨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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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18-12-1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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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2379억여원.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석방 1주일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이 북한에게 청구한 배상금 금액이다. 오토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는 지난 4월 워싱턴 지방법원에 북한 당국을 고소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6일(현지시간) 웜비어 측 변호인이 지난 10월 재판부에 서류를 제출해 총 10억9603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청구했다고 보도했다. 배상금의 구체적 액수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소장(訴狀)엔 피고인이 이용호 북한 외무성으로 명시돼있다. 사건번호는 1:18-cv-00977, 관할은 워싱턴DC 지방법원이다. 이 소장은 지난 6월19일자로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통해 평양 중구역 외무성 건물로 배달됐다. 이 소장을 접수한 인물은 수령장에 ‘김(Kim)’이라는 사인을 남겼다고 한다. 북한은 그러나 공식 법적 대응 절차를 밟지 않았다. 웜비어의 부모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는 궐석재판을 요청했고,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오는 19일(현지시간)엔 증거 청문이 열린다.

웜비어 부모는 북한 당국으로부터 1조2379억원을 받아낼 수 있을까. 전망은 어둡지만 답이 전무한 것은 아니라는 게 미국 법조계 의견이다. 로버트 브라운 미국변호사협회 전 회장은 18일 본지와 e메일 인터뷰에서 “웜비어 측이 충분히 적용가능한 논리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 승소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쳤다.

웜비어 사망 후 테러지원국 재지정…북한 발목 잡나

웜비어 측이 넘어야할 첫번째 산은 국제법상 ‘주권 면책(sovereign immunity)’ 원칙이다. 한 국가와 그 재산은 외국의 재판 관할권을 따르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경우 그 국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엔 외국주권 면책특권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ㆍFSIA)이 있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 피해자를 고문 또는 납치하거나 인체에 상해를 가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북한도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중 하나다.

북한은 2008년 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한을 리스트에 올렸다. 웜비어의 사망과 북한의 거듭된 핵ㆍ미사일 도발에 상응한 조치였다.

이에 따라 북한은 1조 2397억여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법무법인 바른 소속의 하종선 변호사는 18일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이 고의로 미국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며 “웜비어가 사망한 미국 병원에서 발급한 증명서 등이 입증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내 김정은 위원장 비밀계좌 겨냥?

그러나 판결이 웜비어 부모의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북한 당국이 나서서 해당 금액을 내줄 것이란 기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미국이 북한이 해외에 보유 중인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방식으로 집행을 하는 것이다.

오멜버니&마이어스 로펌 한국사무소의 김용상 대표 변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이면서 북한과 수교국인 국가들의 북한 자산을 동결하는 카드는 충분히 쓸 수 있다”며 “이는 외교적으로도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으로서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하종선 변호사는 “원고인 웜비어 부모 측이 미국 판결을 근거로 스위스에 북한 자산이 있다고 특정을 한 뒤, 스위스 법원에 미국판결 승인 절차를 요청해 집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일가의 통치자금이 보관된 비밀 계좌 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판결은 19일 진행될 증거청문 뒤 곧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수진ㆍ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