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했으면 그걸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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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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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록(秘線實錄) 제16화-포스코 강요] '女배드민턴팀 창단' 거절한 포스코에 발끈한 최순실, 청와대에 고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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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은 뭘까? 우리가 알고 있는 게 과연 다일까? 수많은 진실들이 검찰과 특검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수사기록 속에 아직 숨어있다. 그 무수한 비밀을 품은 수사기록을 머니투데이 법률미디어 '더엘'(the L)이 단독 입수했다. "그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해답을 방대한 자료 더미 속에서 하나 하나 건져올려 차례로 연재한다. '비선실세'에 대한 '수사기록'을 재구성한 '비선실록'(秘線實錄)이다.

"사실 저희는 포스코가 통합스포츠단을 창설하기까지 바란 것은 아닌데 황은연 (포스코) 사장이 괜히 거만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포스코는 통합스포츠단을 창설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가 다행히 펜싱팀 하나 창단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것입니다." (고영태 당시 ㈜더블루케이 상무, 2016년 10월30일 서울중앙지검 1018호)

2016년 2월25일 오전 10시, 포스코 서울 본사 28층 응접실에 세 남자가 들어섰다. ㈜더블루케이의 조성민 대표와 고영태 상무,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이었다. 이들은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을 제안하기 위해 포스코를 찾았다. 이들을 맞이한 건 당시 포스코의 황은연 사장과 서영기 행정지원그룹장이었다.

㈜더블루케이는 최순실씨가 2016년 1월 설립한 회사다. 최씨는 이 회사의 수익을 위해 포스코의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을 계획했다. 창단된 포스코 배드민턴팀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사업을 ㈜더블루케이가 맡아 수익을 낸다는 게 최씨의 계산이었다.

최씨는 이러한 계획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박 대통령은 2016년 2월22일 안가에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을 불러 독대하며 배드민턴팀 창단을 당부했다. 이후 최씨는 조성민 더블루케이 대표,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에게 "이미 이야기가 다 됐다"며 포스코에 배드민턴팀 창단을 요구하라며 포스코에 다녀오라고 지시했다. ㈜더블루케이 직원들의 포스코 미팅은 이렇게 이뤄졌다.

◇권오준 회장 "내가 대통령 요청이라고 말을 안 해서···"

박 전 대통령의 요청를 받은 권 회장은 당시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던 황 사장에게 ㈜더블루케이 직원들을 만나보라고 지시했다. 황 사장은 2월 24일 ㈜더블루케이에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 자본금 5000만원에 아무런 영업실적도 없던 회사의 직원들이 포스코그룹 사장급을 직접 대면할 수 있었던 건 그래서였다.

그러나 면담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미팅이 끝나고 작성된 '포스코 미팅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더블루케이와 포스코의 회동은 35분간 이뤄졌다. 회의에서 ㈜더블루케이 측은 여자배드민턴단 창단을 제안하며 운영에 약 46억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여력이 없다는 게 요지였다. 당시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황 사장은 "포스코 계열사 세아창원특수강에 여자배드민턴팀이 운영 중인데, 이를 매각할 당시 1년 후 다시 포스코가 인수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었다. 세아창원특수강과 대한배드민턴협회장으로부터 (재인수) 약속을 지키라는 압박을 받고 있어 배드민턴은 관심 밖의 상황"이라며 "위에서 진행하라고 하니 세아창원특수강 여자배드민턴팀이 문제여서 세아창원특수강 문제를 위에서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또 황 사장은 "저는 세종시 바둑협회 회장을 하고 있다. 그룹 스포츠종목을 전부 정리하고 포스코배 바둑대회를 만들고 싶다. 포스코그룹에 봅슬레이팀이 있는지도 사람들은 모른다. 위에서 진행하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진행했는데 현재의 모습은 돈만 먹는 하마"라고 했다.

이에 ㈜더블루케이 측이 '그럼 테니스팀 창단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황 사장은 오히려 "배드민턴도 위에서 얘기해서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상황인데 테니스 팀(을) 추가할 수 없다. 만약 추가하는 상황이라면 사양하고 차라리 포스코배 바둑대회를 하겠다"고 답했다. 셋은 하릴없이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실상 '문전박대'에 가까웠다. 황 사장의 냉랭한 태도는 권 회장이 그에게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언질을 주지 않고 만남을 지시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대통령께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언급하시면서 여자 배드민턴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씀했다. 독대 이후 안종범 수석(청와대 경제수석)이 스포츠 마케팅사인 ㈜더블루케이 조성민 대표의 연락처를 구두로 알려주기에 메모지에 적어두었다가 이후 황은연 사장에게 전달해 조성민 대표와 접촉해 보도록 지시한 것으로 기억한다. (중략) 제가 황은연 사장에게 조성민 대표의 연락처를 전달할 때 대통령으로부터 여자 배드민턴단 필요성에 대해 요청받은 상황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후 황은연 사전이 조성민 대표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여자 배드민턴단에 대해 회사 사정을 들어 부정적으로 논의하게 된 것 같다."

커뮤니케이션 누락이었다는 이야기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합리적 거절'이었지만, 일이 꼬인 건 여기서부터였다.

◇거절 다음날 靑 "통합스포츠단 창단"…혹 떼려다 혹 붙인 포스코

즉각 후폭풍이 몰아쳤다. 당일 ㈜더블루케이와 포스코의 미팅 결과를 전해들은 최씨는 격분했다. 박 전 대통령을 통해 권 회장에게 통보까지 했는데 자신이 세운 계획이 어그러졌기 때문이다.

이날 K스포츠재단이 작성한 '포스코 미팅보고서'에는 △일시 △장소 △미팅시간 △주제 외에도 이례적으로 '태도'란이 포함됐다. 여기엔 "△고자세와 수직적 관계의 미팅으로 매우 불쾌함 △당신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추후에 다시 논의하자는 비상식적 행동은 다시는 이 문제로 보지 말자는 것으로 해석됨 △미팅 중간 중간 웃음은 비웃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비상식적 행동입니다"라며 황 사장의 태도를 지적하는 문구가 적혔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는 최씨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었다.

문서를 작성했던 노 부장은 검찰 조사에서 '태도 란을 왜 적은 것이냐'는 검사의 물음에 "미팅을 다녀와서 최순실 회장에게 황은연 사장과의 미팅 결과를 보고했더니 최순실 회장이 몹시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저에게 '지금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적어서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통해 안종범 수석에게 전달하라'고 해 미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황 사장이 미팅시 보였던 모습을 적었다"고 진술했다. 박헌영 과장 역시 "(최씨가) 화가 났는지 격앙된 상태였다"고 했다. 정 사무총장 역시 최순실씨의 전화를 직접 받았다. 안 수석에게 황 사장의 고압적 태도를 전달하라는 요구였다.

최씨의 분노는 다음날 안 수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2016년 2월26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비즈니스 8호실. 정 사무총장과 박 과장, 안 수석,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과 김시병 사장이 모여들었다.

검찰이 확보한 이날 회의록에 따르면 정 사무총장은 안 수석에게 "어제 미팅에서 황 사장이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와 '체육은 관심 밖'이라는 태도를 보였고, 배드민턴단 창단에 대한 이야기보다 본인의 관심사인 바둑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비웃는 듯이 제안을 거절하고 (더블루케이 직원들을) 잡상인 취급했다"며 대놓고 유감을 표했다.

안 수석은 크게 당황했다. 그는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황은연)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안 수석은 "현재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하겠다. 다만 이 사항은 VIP께 보고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안 수석이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대통령에게 질책받을 것을 우려해 이 같은 일이 최순실씨를 통해 대통령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부탁한 것으로 봤다.

안 수석은 황 사장에게 회의 직후인 이날 오전 11시28분, 밤 9시20분 두 차례 전화를 했다. '㈜더블루케이측에서 불쾌해 하고 있으니 오해를 푸는 것이 좋겠다. 청와대 관심사항이니 ㈜더블루케이와 잘 협의하고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서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대안도 생각해 보라'는 취지였다.

포스코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여자 배드민턴단을 거절했더니 포스코 계열사의 스포츠단을 모두 모아 운영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이었다. 혹 떼려다 되레 혹을 붙인 격이었다.

깜짝 놀란 포스코는 납작 엎드렸다. 이날 오전 11시36분 조성민 ㈜더블루케이 대표는 황 사장의 정중한 전화를 받았다. 전화는 약 8분간 이어졌다.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오후 1시14분에는 포스코 서 그룹장이 "불쾌하게 생각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돈이 많이 드는 통합스포츠단 창단은 포스코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였다. 머리를 짜낸 포스코그룹 임원들은 3월15일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직접 찾아갔다. 펜싱팀 창단이란 '대안'을 들고서였다.

다음은 '포스코 회동'에 참석했던 노승일 부장이 2016년 10월30일 오후9시 서울중앙지검 1018호에서 최재순 검사와 주고받은 문답 내용이다.

검사(이하 검) : 회의록에 의하면 2016년 2월 26일 안종범 수석이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 현재 포스코에 있는 여러 종목을 모아 스포츠단을 창단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했는데 이후 배드민턴팀 창단 문제는 어떻게 되었나요.

노 부장(이하 노) :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포스코 황은연 사장이 조성민 사장에게, 포스코 서영기 행정지원그룹장이 저와 고영태에게 사과 전화를 했고, 이후 회의록에 있는 내용처럼 실제 안종범 수석이 포스코에 통합 스포츠단 창단을 지시했는지 최순실 회장이 저를 부르더니 포스코 그룹 여러 계열사가 각각 후원하고 있는 축구(포스코, 광양제철소), 럭비, 체조(각 포스코건설), 탁구(포스코에너지), 바둑(포스코컴텍), 봅슬레이(대우인터내셔널)에 배드민턴, 펜싱, 태권도를 추가해 통합 스포츠단 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해 제가 그 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포스코 스포츠사업 개편안'이라는 제목으로 만들어 최순실 회장에게 보고했습니다.

검 : 이렇게 통합스포츠단을 창설하면 최순실 회장에게 무엇이 이익인가요.

노 : 개편안 마지막 페이지 '향후 포스코 스포츠사업 개편 제안'을 보시면 '매니지먼트'라고 돼 있는데, 이는 위 통합 포스코 스포츠단의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가 맡는다는 것으로, ㈜더블루케이는 위 매니지먼트를 수행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검 : 실제로 통합스포츠단이 만들어졌나요.

노 : (생략) 위 보고서를 작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스코에서 직접 통합 스포츠단 창설 문제로 포스코 임원들이 대거 ㈜더블루케이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포스코 측에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돼 난리가 났는지 고영태가 "포스코의 서영기 행정지원그룹장 등 세 명이 직접 찾아왔는데 ㈜더블루케이에 직원이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하니 저를 급히 ㈜더블루케이사무실로 와서 직원 행세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블루케이 사무실에 가서 논의되는 사항을 들어보니 포스코 측에서 '스포츠단을 통합하는 문제는 좀 어려움이 있으니 대신 펜싱 칼이 철로써 포스코 이미지와도 비슷하고 해 포스코 계열사에 펜싱팀을 창단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해 포스코 계열사가 펜싱팀을 창단하고 그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가 맡기로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올해 펜싱팀을 창단하기에는 이미 선수들이 펜싱협회에 등록을 마친 시점이라 어려워서 내년(2017년)에 펜싱팀을 창단하기로 했고 그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가 맡을 예정이었는데 이번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女배드민턴단을 얘기했으면 그게 창단돼야지"

당시 포스코는 ㈜더블루케이 직원들에게 필사적으로 읍소했다. 그 결과, ㈜더블루케이와 포스코는 계열사인 포스코P&S 산하에 16억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하고 2017년부터 그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에 맡기도록 하겠다는 내용으로 최종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양자간 실제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포스코 펜싱팀' 창단계획은 그해말 국정농단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포스코 펜싱팀 창단 강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와 부인으로 일관했다. 다음은 2017년 3월21일 서울중앙지검 1001호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 검사의 문답이다.

검 : 최순실은 '스포츠단 창단 관련 내용을 정호성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은 있다'고 인정합니다. 정호성으로부터 최순실의 스포츠단 창단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박 전 대통령(이하 박) :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최순실이 제게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닙니다. 최순실이 그런 부탁을 제게 할 수 없고 하지도 않았으며, 제가 그런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최순실도 알고 있습니다.

검: 포스코는 과다비용이 드는 통합스포츠단 창단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었고 결국 규모를 줄여 펜싱팀을 창단하되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16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박: 모르는 일입니다. 만약 대통령이 여자배드민턴단을 창단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다면, 대통령 말대로 여자배드민턴단이 창단돼야지 보고도 없이 종목이 변경되다가 펜싱팀을 창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이후 검찰은 "대통령의 직권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남용함과 동시에 이에 두려움을 느낀 권 회장과 황 사장으로 하여금 2017년도에 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가 매니지먼트를 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죄로 기소했다.

황 사장은 지난해 3월27일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1심 재판에 출석해 "국정농단 사건 등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합의에 따라 올해 상반기 펜싱팀을 창단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심에서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의 직권남용 및 강요행위, 순차적 공모관계가 모두 인정되고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며 두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 24일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이 부분 범행으로 피고인과 최서원, 안종범이 의도했던 결과는 '포스코그룹으로 하여금 스포츠단을 창단하도록 하고 그 창단 또는 운영과 관련하여 더블루케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하는 것'인데, 포스코그룹 산하에 스포츠단이 창단되지 않았고, ㈜더블루케이와 매니지먼트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며 "포스코그룹과 ㈜더블루케이 사이에서 포스코그룹이 펜싱팀을 창단하고 ㈜더블루케이에게 매니지먼트를 맡기는 법률상 의무를 지기로 하는 구속력 있는 합의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직권남용을 빼고 강요미수만 유죄로 인정했다.

◇"말 안 들으면 세무조사해 회사 없애버리겠다"

포스코와 최씨의 '악연'은 이뿐이 아니었다. 둘은 '포레카 지분강탈 미수 사건'으로도 얽혀 있다. 검찰은 최씨 일당이 포스코의 광고 자회사인 '포레카'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또 다른 광고기획사 '컴투게더' 측에 접근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최씨와 긴밀한 관계였던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는 최씨 배후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힘을 내세워 광고 시장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차씨는 2015년 초 최순실씨가 차명주주로 참여하고 자본금과 운영자금을 투자한 모스코스를 설립해 포레카 인수에 나섰다. 대기업 광고 시장을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대기업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선 수주 실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모스코스의 실질적인 주인은 최씨였지만 광고대행사를 만들자고 최씨를 설득한 것은 차씨였다. 자신이 CF감독으로서 잔뼈가 굵은 광고 시장을 노려보려 했던 것이다. 차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가 2015년 1월 기획사 같은 것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는데 당시에는 광고기획사를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며 "그냥 기획을 잘하는 사람들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서 디지털 광고전문대행사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모스코스가 포레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차씨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자 차씨와 최씨는 안종범 수석을 동원해 포레카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컴투게더 측에 인수 포기를 종용했고 이 역시 성공하지 못하자 포레카 지분을 요구했다. 차씨는 이 과정에서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와 친분이 있는 송성각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 통해 "말을 듣지 않으면 세무조사를 해 회사를 없애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포레카 인수가 끝내 실패로 돌아가자 차씨는 모스코스를 폐업하고 최씨와 함께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수주 실적이 없는 신생 회사였지만 이들은 청와대를 등에 업고 대기업들에게 광고를 발주하라는 압박을 시도했다. 포스코와 KT의 광고 담당 임원에 차씨의 지인들을 특별채용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다음은 2016년 11월 9일 서울중앙지검 1008호 검사실에서 이뤄진 차씨의 진술이다.

검 : 피의자는 2015년 1월쯤 이동수를 KT 임원으로 추천한 사실이 있는가.

차은택씨(이하 차) : 제 제의로 한국문화원장 자리에 지원했지만 결국 탈락했고 그 사이 퇴직을 해 무직인 상태였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최순실에게 이동수가 갈 만한 기업이 있는지 여쭤봤고 최순실이 포스코나 KT가 어떻냐고 하기에 포스코는 광고 수요가 별로 없어 KT에 알아봐달라고 했다.

검 : 이동수는 피의자가 'VIP'와 독대를 하고 문화정책에 대해 조언을 하고 있다는 등 정치적으로 상당한 힘이 있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차 : 저는 최순실로부터 들은 대로 대통령께서 한 말씀을 이동수에게 해줬을 뿐인데 이동수가 그 말을 제가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들은 것으로 오해한 것 같다. 당시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지위에 있었던 것은 맞다.

검 : 이동수는 피의자가 자신을 만날 때마다 'VIP' 이야기를 매번 했고 KT와도 다 이야기가 끝났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이동수는 청와대의 누군가를 통해 KT 이야기가 되고 있는 지 몰랐다는데.

차 : 나중에 최순실에 대해 대통령과 가까운 분이고 최순실이 자리 문제도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차씨는 이 무렵 주변에 최씨의 존재를 내세워 직간접적으로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모씨 등 모스코스와 플레이그라운드 지분에 참여했던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차씨가 최씨를 회장님이라고 호칭하면서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깊고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권력이 있고 재력 또한 대단하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한편 최씨는 검찰 조사에서 차씨와의 관계에 대해 일부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최씨는 "(차씨가) 어렵다고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저도 딱히 광고 쪽으로는 아는 것이 없어서 해주는 것은 없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