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초대형 거수기' 국민연금, 의결권 90% 찬성 행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26 05:38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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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초대형 거수기' 국민연금, 의결권 90% 찬성 행사

2014-2017년 내역 보니...이사·감사 보상은 사실상 '프리패스'

세계 3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기업 의결권 행사에서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찬성이 90%에 달하고 특히 '이사 및 감사의 보상' 항목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마 찬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수익 제고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5일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2014-2017년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총 5744건의 의결권 행사내역 중 5130건에 대해 찬성했다. 찬반 비율이 9대 1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 찬성의결을 했다는 의미다.

세부 안건을 보면 국민연금은 이사·감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19.9%), 정관변경(19%) 등에서는 20%에 가까운 반대 비율을 보였다. 이사·감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과도한 연임이나 장기연임을 이유로 반대하는 등 견제 역할을 했다. 정관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주주가치 희석과 주주권익 침해우려를 이유로 반대한 경우가 적잖았다.

그러나 다른 안건에서는 사실상 거수기 노릇을 했다. 재무제표 승인과 이사·감사 보상에 대해선 거의 반대하지 않았다. 이런 흐름은 매년 비슷했다. 이사 및 감사의 보상에 대해선 △2014년(98.3%) △2015년(98.5%) △2016년(98.9%) △2017년(95.6%), 재무제표 승인에 대해선 △2014년(97.5%) △2015년(96.2%), △2016년(96.5%), △2017년(97.1%)의 찬성비율을 보였다.

국민연금공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외 주식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기업별로만 제공된다. 종합적인 의결 내역 현황을 일반국민들이 알기 어렵다.

또 국가재정법 제79조에 따라 연금공단은 의결권을 제시한 이후 14일 이내에만 행사내역을 공개하면 된다. 공단이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지 사전에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만약 현재 공개된 가이드라인대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다면 일반국민들이 국민연금공단의 종합적인 의결 내역 현황을 찾아볼 수 있다"며 "예정된 의결권 행사 상황을 사전에 인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그동안 '대기업 거수기'라는 오명을 받아온 국민연금이 국민을 위한 연금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며 "앞으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모든 기관 투자자로 확산돼 주주로서의 역할을 적극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외에도 기금투자자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학연금 측은 현재 코드 도입을 내부검토 중이며 2019년 이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또한 올해 5~6월 외부회의와 내부토론회를 잇달아 열며 도입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기재부도 공적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선 국민연금의 코드 도입시 연기금 등의 '적극적 주주활동'을 위한 경험 축적과 확산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오는 26일 기금운용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최종안을 의결한다. 지난 17일 공청회를 열어 수렴한 각계 의견들도 반영될 전망이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