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에 거액 소송 건 포스코, 소장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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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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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0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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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보도 명예훼손” 포스코건설 3억 손배소, 포스코본사도 준비중…
제작진 “포스코 정상적이지 않다는 증거”

포스코건설와 포스코 본사가 자원외교 연루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보도에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중이다.

PD수첩 제작진은 취재과정에선 답변을 충실하지 않다가 방송이 나간 뒤 거액의 소송을 낸 것은 언론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오히려 법정에서 MB 자원외교와 포스코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이 가릴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MBC PD수첩은 지난 2월27일 ‘MB형제와 포스코의 비밀(1부)’을, 3월27일엔 ‘MB형제와 포스코의 비밀(2부)’을 잇달아 방송했다. 1부에서는 포스코 본사의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이 에콰도르의 산토스CMI를 거액에 인수했다가 헐값에 원 주인에 되판 과정에 의혹을 제기했고, 2부에는 포스코 본사의 리튬사업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 포스코건설은 PD수첩 1부를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지난 5월25일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반론 청구 및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이 사건은 현재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에 접수됐다. 제작진은 PD수첩 2부에도 포스코 본사가 민사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MBC는 PD수첩 1부에서 “지난 2011년 에콰도르의 산토스CMI가 포스코의 자회사가 됐지만 별다른 실적 내지 못한채 5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고, 포스코는 결국 산토스를 매각하기에 이르렀다”고 방송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산토스 CMI를 800억 원에 샀다가 130억 원에 매각했다. 매입과정에 포스코건설의 한 현직 부장은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살 때 100억 원짜리를 800억 원에 주고 산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아는 사람들은 ‘100억 원도 안 되는 것을 왜 800억 원 주고 샀냐’(고 한다)”고 말했다.

이후 산토스CMI 포스코건설로부터 사들인 곳은 IAA라는 곳이었다. 포스코건설은 IAA에 산토스CMI를 130억 원에 팔았다. 그런데 이 업체는 자본금이 80만 원 밖에 안되는 곳이었고, 설립된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알고보니 이 회사의 주주는 애초 산토스CMI의 원주인인 기예르모 도밍게즈씨였다. 800억 원에 샀다가 5년 뒤 판 사람에게 670억 원을 손해보고 130억 원에 되판 것이다.

이밖에도 PD수첩은 포스코건설이 산토스CMI를 800억 원에 인수하면서 함께 인수한 EPC 에쿼티스가 유령회사이며 이 회사에 거액이 송금됐다고 보도했다. 제작진은 약 800억 원의 인수비 가운데 아무도 모르는 EPC 에쿼티스에 약 550억 원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매출액과 실적이 전혀 없고, 송금된 금액이 2년 지나자 50%로 줄었다가 이듬해 다시 50%가 사라진 뒤 2014년엔 전체가 다 손실처리됐다(김경률 회계사 인터뷰)는 점에서 제작진은 의문을 제기했다. 더구나 권오준 당시 포스코 회장이 2017년 장부상 0원이 된 EPC 에쿼티스에 840억 원(지분취득 79억원, 유상증자 768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이후 포스코는 이 회사를 누군가에게 0원에 매각했다. 제작진은 “한푼도 건지지 못할 껍데기 회사에 매각 직전 768억 원을 쏟아부은 이유가 무엇인지 강한 의혹이 제기된다”며 “유령회사 EPC 에쿼티스를 통해 포스코돈 1500억 원 정도가 증발했다”고 비판했다.

제작진은 “포스코는 EPC 관련 회사들이 사업을 하면서 돈을 빌렸는데 포스코건설이 그 보증을 섰고, 사업이 실패하면서 보증이 빚이 됐기 때문에 증자를 하면서 갚고 팔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내왔다”며 “하지만 구채적인 내역을 공개하는 것은 거부했다”고 방송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5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MBC PD수첩의 주요 방송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실제가치가 100억 원 수준이었던 산토스CMI를 800억 원에 샀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에 “BNPParibas라는 외부 투자기관에 의해 재무실사 및 법률실사 결과를 토대로 인수대금을 산정했다”고 밝혔다. 산토스 및 EPC 지분의 50%를 인수하는 비용이 미화 4500만~6000만 달러였고, 지분 100% 기준 미화 1억100만 달러 중 70%를 인수하는 지분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포스코는 전했다. 포스코는 “외부 투자자문사의 실사 및 가치평가를 통해 인수가를 산정하였고, 실제 매매가격도 투자자문사에서 제안한 범위 내에서 결정됐다”며 “어떤 외압이나 부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은 유령회사 EPC까지 인수했다는 방송내용에 “EPC는 2009년경 산토스에서 분리해 영국에 설립된 회사로 조세회피 지역 법인의 공공입찰 제한에 대한 대응 및 글로벌 사업관리, 절세를 목적으로 한 회사다. 국외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중간관리 회사”라며 “외부 감사를 통해 실적을 확인 받아 외부감사 보고서에 해당 실적을 충실히 기재했고, 신고 및 납세의무를 준수해 유령회사가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은 애초부터 이 회사의 주주가 동일하고 산토스CMI와 함께 인수대상에 포함돼 있었다며 ‘애초 인수대상에 없던 유령회사’라는 MBC PD수첩 보도는 허위라고 주장했다.

스위스로 송금된 300억 원이 또다른 유령회사 S&K로 흘러들어갔다는 보도에 포스코건설은 매매대금을 송금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포스코건설은 “투자자문사인 BNP Paribas의 인수가격배분에 따라 인수대금을 산토스와 EPC에 약 3:7의 비율로 나누어 송금했다”며 “산토스 및 EPC의 각 주주사인 CMI Compania, Anibal Santos Hijos및 S&K에 각 85%를 입금하고, 나머지 15%는 에스크로 계좌에 이체했다. S&K에게 송금한 것은 EPC의 지분 소유자에게 매매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약정 인수대금 외에 어떤 돈도 추가 지급한 사실이 없다. 이 보도는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은 “MB형제와 포스코의 비밀”이라는 PD수첩 타이틀에 “포스코와 이명박 전 대통령 형제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해 마치 원고 회사도 정치적인 압력을 받아 이루어진 것처럼 시청자들로 하여금 예단과 혼돈을 가져오게 하는 매우 악의적인 의도”라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은 특히 정정과 함께 반론을 요구하면서 이 같은 투자가 자신들이 경영실패였다고 인정했다. 포스코건설은 “산토스CMI 인수 이후 글로벌 건설 경기 침체로 적자가 지속됐고, 특히 산토스와 EPC는 경험이 부족하였던 대형 프로젝트 수행 실패, 문제 사업 중도 타절, 발주처의 사업 추진 중단 등으로 인해 큰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는 원고의 남미 문화와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경영 관리 실패였다”고 밝혔다. 포스코건설은 이후 구조조정 및 경영정상화를 추진했으나 경영부실이 지속돼 재매각을 하려 했으나 매수의향자도 없었다며 결국 기존 주주들에게 매수의사를 타진해 이 중 1명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이 EPC 에쿼티스에 추가로 768억 원의 유상증자를 한 뒤 0원에 판 이유에 대해 포스코건설은 2016년 매각 추진 당시 산토스와 EPC의 자본 잠식 규모는 미화 ‘–3889만 달러‘ 이상으로 매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고, 이들의 차입금도 미화 7000만 달러여서 이 금액을 대위변제(제3자가 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것)하고, 이전에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산토스와 EPC의 잔여지분 100%까지 재매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스코 건설은 “이러한 매각 과정은 해외투자 실패에 따른 추가 손실을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원고의 뼈아픈 구조조정 노력 및 경영판단의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포스코건설은 “보도 전 원고로부터 산토스와 EPC의 인수 및 매각 과정에 대해 충분하고 자세한 설명을 했는데도 제작진이 방송의도와 맞지 않는 부분들을 고의적으로 누락하여 보도함으로써 국민기업인 원고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방송후 포스코건설이 권력과 결탁하여 수천억의 돈을 빼돌리는 비리투성이의 기업으로 매도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본사도 MBC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본사 관계자는 지난 3월27일 방송된 MBC PD수첩 2부에 “포스코의 리튬사업이 정권의 압력에 의해 추진되었고 대규모 손실을 봤다는 내용이 사실과 달라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했으나 불성립으로 종결돼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PD수첩은 MB형제와 포스코의 비밀이란 제목을 붙였으나 방송에서는 전혀 사실관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의혹만 제기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전현직 포스코 본사 및 포스코건설 관계자의 말을 듣고 충분히 취재해 방송한 내용이라 정정 요구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잇단 거액 소송으로 보도활동의 위축을 가져오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에콰도르 현지취재를 했던 서정문 MBC PD수첩 PD는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정당한 실사를 거쳐 사들인 금액이라는 포스코건설 주장에 “절차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회계사 뿐 아니라 일반인이 제무제표만 보더라도 그 사업은 비정상적 투자와 매각이었다”며 “현지 에콰도르에서 어떤 성과가 냈는지도 성과가 없었고, 핵심적인 전현직 내부관계자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경고사인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 밖에 현지에서 확보할 수 있는 기업청 자료, 변호사와 회계사의 자문을 구했는데도 그 투자는 이상했다. 근거없이 한 두명의 말만 듣고 방송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EPC 에쿼티스가 유령회사가 아니라는 포스코건설 반론에 대해 서 PD는 “우리가 취재할 때 이 회사에 대한 실체를 포스코에서 확인해주지 않아 영국의 기업청 등록 자료를 보고 현지에 가보고 파악한 대로 방송한 것”이라며 “유령회사 표현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 기업이라면 생산과 매출 활동이 있어야 하나 기업활동으로 볼 수 있는 게 없었다. EPC 에쿼티스는 (들어온 돈을) 계속 깎아서 제로로 만든다. 매출도 없고, 현지 사무실도 없고, 돈만주면 주소를 빌려주는 곳을 사무실로 얻었다. 유령회사라는 표현 문제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서면으로 자세한 답변서를 제출했는데도 제대로 방송하지 않거나 누락했다는 포스코건설 주장에 대해 서정문 PD는 “(산토스CMI 매입과정에 대해) 제대로된 실사를 했다면 그런 데이터를 우리에게 줬어야지 우리 사업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개괄적으로 답변한 것 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것이 맞는지) 재검증을 해서 방송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사과정을 나타내준 자료가 (답변서엔) 없었다. 그것이 있었다면 방송하지 않았을리 없다”고 밝혔다.

서 PD는 MB 정권과 무관하다는 포스코건설 주장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하나같이 그 얘기를 한다. 포스코의 경영지표가 추락하는 시점이 MB정부 들어섰던 시기이자 정준양 전 회장 시절부터였다. 이해할 수 없는 M&A와 투자를 한 것이 단순 경영실패라 할 수 있는지, 사실상 자신을 회장으로 임명해준 정권에 대한 리액션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산토스CMI의 인수후 매각 과정이 경영실패였다는 포스코건설 해명에 대해 서 PD는 “경영실패였다면 그 실패가 설령 불가항력적이었다해도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은커녕 산토스 지사장 등 책임자들이 오히려 승진했다”며 “책임은 안지면서 경영실패라고 하는 것은 (끝까지) 책임을 안지겠다는 답변에 불과하다”고 했다.

방송내용에 잇단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 서정문 PD는 “국민기업 포스코가 정상적인 취재에는 협조해주지 않고서 3억 원 짜리 소송을 한다는 것은 언론활동을 위축시키려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대표적 철강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해 언론으로서 질문을 던질 자유가 있는데. 이를 소송으로 입막음하려는 것은 지금 포스코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 선임된 회장이 전임 권오준 회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이번 소송에서 드러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특히 서정문 PD는 “이번 소송을 통해 법정에 제출되는 증거자료나 증언을 통해 취재활동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증거와 증언을 확보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건설 측은 소송을 제기한 입장을 설명하지 않았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MBC에 정정 반론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황이고, 현재 재판중이기 때문에 상세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