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역외탈세, 과세 공소시효 10년으로 연장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5-16 09:2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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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반드시 근절” 지시 따라
과소ㆍ무신고 부과제척기간 늘려
7월말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킬 듯
年 1조 넘는 역외탈세 수법도 교묘
“국세청 전담조직 확대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재산을 해외로 빼 돌리거나 숨겨 내야 할 세금을 안 내는 역외탈세에 대해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지시한 가운데 정부가 역외탈세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공소시효’를 현행 5~7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세기본법을 개정해 현재 과소신고 5년, 무신고 7년인 역외탈세 부과제척기간을 모두 10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부과제척기간이란 국가가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정 기한으로, 제척기간이 만료되면 국가의 과세 부과 권한도 소멸된다. 이에 따라 7월 말~8월 초 확정되는 세법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1월 국세청 적폐청산기구 격인 ‘국세행정 태스크포스(TF)’는 국세청에 역외탈세 부과제척기간을 과소신고 10년, 무신고 15년으로 연장하는 개혁안을 권고했다. 한 TF 위원은 “과세당국이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어려운 역외탈세는 탈세자가 부동산, 주식 등 해외 자산을 국내로 유입하는 시점에 탈세 혐의가 포착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는 이미 제척기간이 임박 혹은 만료해 과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TF 논의 과정에서 과세권 남용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긴 했지만 지능적이고 고의적인 역외탈세 ‘범죄’에 한정해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역외탈세 부과제척기간이 ‘무제한’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도 “역외탈세 부과제척기간 연장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역외탈세 적발 규모는 매년 1조원을 웃돌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역외탈세 추징세액은 1조3,192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다. 2012년(8,258억원)과 비교하면 5년 사이 59.7%나 늘어난 것이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08~2016년 9년간 국내 대기업이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BVI) 등 조세회피처에 송금한 돈은 594조858억원(지난해 9월 말 환율 기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다시 국내로 돌아온 돈은 428조4,518억원으로, 국내 수취액이 송금액보다 165조6,340억원이나 적다.

더구나 역외탈세 수법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 역외탈세 유형은 크게 ▦조세회피처에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를 설립 후 국내외 소득 은닉 ▦가공거래를 통해 법인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후 유용 ▦해외 금융자산ㆍ부동산 미신고 등으로 구분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해운회사 대표 A씨는 법인자금 등 수백억원을 해외 신탁회사에 맡기고 이를 매개로 고가 주택 등 해외 부동산을 매입했지만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

제조업체 B사는 해외 현지 계열사에 물품을 납품하고 제품 불량 등의 명목으로 납품단가 수백억원을 감액한 후, 이를 사주의 해외계좌로 은닉했다. 서울국세청은 최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등 4남매가 부친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를 포착해 이를 검찰에 고발했다. 조 회장 등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국세청 내 역외탈세 전담조직의 인력 및 기능을 확대 개편하고, 해외 현지에서 각종 탈세 ‘첩보’를 수집하는 정보원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며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대응으론 역외탈세를 뿌리 뽑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와 더불어 범죄자가 해외에 은닉한 재산을 환수하는 부분에도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