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포럼] 서지현과 안미현, 두 여검사 폭로의 결말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4-12 10:04
조회
145
검찰, 강제추행·강원랜드 의혹사건 수사 좌고우면
눈치보지 말고 법에 따라 신속 과감하게 결론내야

두 여검사가 뽑아 든 '검'(劍)은 당초 목표대로 한국사회의 썩은 환부를 온전히 베어낼 수 있을까.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과 안미현(39·41기). 두 여검사는 각각 지난 1월 29일과 2월 4일 차례로 방송에 출연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어떤 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이고 극적이었다.

전혀 무관한 듯한 두 사건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두 사람이 사적으로 안면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성 교육의 요람인 이화여대 출신이다. 6년 선배인 서 검사는 법학도, 후배인 안 검사는 사회학도다.

가장 큰 공통점은 남성이 사실상 주도해온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 사회적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점이다.

서 검사가 폭로한 선배 검사의 강제추행 의혹 사건은 전국적인 '미투(#me too)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반향이 엄청났다.
사상 최대·최악 규모라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대한 검찰 고위 간부와 국회의원의 조직적인 축소 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한 안미현 검사의 폭로도 충격적이었다.

두 여검사가 겨냥한 구체적 표적이 공교롭게도 손꼽히는 전·현직 검찰 남성 엘리트들이라는 점도 빼닮았다.

서지현 검사는 2010년 10월 안태근(52·20기)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 자신을 강제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는 최교일(56·15기·국회의원)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강제추행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덮었다고 주장했다. 안태근은 검찰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냈다.

안미현 검사는 498명이 부정청탁으로 합격한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지난해 춘천지검에서 혼자 수사했고, 당시 수사 축소 압력까지 받았다고 한다.
안 검사는 방송에 출연해 김수남(59·16기) 당시 검찰총장과 3선 국회의원인 권성동(58·17기) 국회 법사위원장 등을 외압의 배후로 지목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여검사가 제기한 의혹을 법적으로 조사하고 결론 내릴 주체가 두 여검사의 '친정'인 검찰 조직이란 점이다. 문무일(57·18기) 검찰총장이 최종 결정권자다. 폭로는 두 여검사가 했지만, 칼자루는 가장 센 남성 검사가 쥐고 있는 셈이다.

어느 때보다 국민 불신을 많이 받는 검찰이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두 사건에서 균형 잡힌 결론을 과연 낼 수 있을까.
최근까지 검찰의 수사 태도는 시간 끌기와 김 빼기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대단히 실망스럽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70여일이 지났지만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은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소환에 불응한 최교일 의원을 서면으로 조사한다는데 제대로 된 조사가 될지 의문이다.

심지어 대검은 안태근 검사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 여부를 자문기구(수사심의위원회)에 넘겼다. 오죽하면 서 검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 아직도 하는 짓 좀 보라"며 늑장 수사에 불만을 토로했을까.

지지부진하다. 서울 북부지검에 꾸려진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권성동 의원을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부르지 않아 제 식구 감싼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쯤 되자 서지현과 안미현의 폭로가 용두사미(龍頭蛇尾)로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이 지켜보는데 적당한 타협이나 꼬리 자르기는 안 될 말이다. 죽은 권력엔 인정사정없이 달려들어 살점을 물어뜯으면서,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지나치게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면 검찰 전체가 초라해진다. 법에 따라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으면 자칫 직무유기가 될 수도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 후배인 서지현-안미현 등 두 여검사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법에 따라 공정하고 분명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검찰 후배인 서지현-안미현 등 두 여검사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법에 따라 공정하고 분명한 결론을 내려야 하는 중대한 시험대에 서 있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만큼 독립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의 필요성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여검사가 힘겹게 제기한 의혹의 결말을 이제는 검찰이 국민 앞에 내놓을 때가 됐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