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군인공제회, 19대 대선 전 고위임원직 셀프 나눠먹기 인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4-1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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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내부문건 확보, 대선전 고위급 인사들 조직과 산하 사업체 요직 독식

군인공제회는 총자산 10조3989억원을 굴리는 거대기관이다. 지난 3월 22일 대의원대회에 제출된 결산자료에 따르면 각각 1조원대의 주식·채권을 보유하는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막강하다.

<주간경향>은 지난 3월 중순 ‘군인공제회 인사 적폐비리’를 주장하는 제보문서를 여럿 입수했다. 문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당시 군인공제회 고위급 인사들이 ‘나눠먹기 인사’를 통해서 조직과 산하 사업체 요직을 독식했다는 의혹이다. 여러 서류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군인공제회 내 육사 출신 선후배그룹들이 나눠먹기를 주도한’ 모럴 해저드가 있었다는 것이다.

■ 모집공고 하루만 낸 ‘이사대우’ 선출

실제 의혹은 여러 부분에서 떠오른다. 문건에 첨부되어 있는 군인공제회 내부문서에 따르면 군인공제회 전임 이상돈 이사장은 지난해 4월 24일 ‘이사대우 내부채용계획(하달)’이라는 문건(인사총무팀-1645)을 결재했다. 문건은 ‘인사규정 12조의 2’에 따라 M2급 직원(본부장급) 중에서 이사대우를 채용하며, 지원서 및 추천서는 4월 25일 오후 5시까지 내도록 되어 있다. 지원기간을 단 하루만 준 것이다.

M2 직급은 산하 부문 본부장이나 실장급을 맡는 인사로 직급표에 따르면 7명이 대상이다. 그런데 제보문건에 따르면 처음부터 이 대상자는 결정되어 있었다. 현재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ㄱ씨(육사 38기)다. 사람을 정해놓고 관련규정을 만든, 일종의 ‘위인설관’이라는 주장이다.

기획조정실장은 원래 본부장급(M2)이 맡았으나 이사대우로 직급을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인사규정이 개정됐다.

군인공제회의 해명에 따르면 4월 21일 열린 운영위원회를 통해서였다. 즉 인사규정 개정(4월 21)→내부채용계획 문건 하달(4월 24일)→지원 마감(4월 25일)→이사회 승인(4월 27일)으로, 단 6일 만에 규정 개정에서 이사회 승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왜 이렇게 급히 진행된 것일까. 문건은 이렇게 적고 있다.

“ㄱ씨를 이사대우로 3일 만에 급하게 임명한 시점은 19대 대통령 선거기간(2017.4.17~5.9)이었으며, 이들의 목적은 선거기간의 혼란한 틈을 타 새 정부의 신임 이사장 취임 전에 이사대우로 임명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계획 아래 이뤄진 채용비리로 판단한다.”

‘비리’로 보는 이유는 “서류 접수기간을 단 1일만 부여하여 다른 직원들은 사실상 지원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였고, 서류 접수 2일 만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사대우로 급하게 선발하는 등 3일 만에 일사천리로 인사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적고 있다.

문건에 따르면 ㄱ씨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군인공제회 산하 사업체로 간 사람들은 또 있다. “산하 사업체인 대한토지신탁의 전무로 간 ㄴ씨(육사 37기), 한국캐피탈의 전무로 간 ㄷ씨(해사 36기), AM플러스자산개발의 이사로 간 ㄹ씨(육사 38기)도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 근거로 위 ㄱ씨를 포함, 위의 나머지 세 사람이 6월 14일자로 작성해 제출한 사직서를 제시하고 있다.

■ 의혹대상 인사가 다시 ‘추천자’로

사직서의 형식은 같다. 6월 14일 낸 사직서이지만 7월 1일부터 새로 맡은 직책으로 취임하기 때문에 6월 30일자로 사직서를 낸다는 것이다. (ㄷ씨의 경우 8월 1일부로 한국캐피탈㈜ 이사에 취임하기 위해 7월 31일부로 사직서를 낸 것으로 되어 있음) 위 사직서는 전임 이상돈 이사장이 결재한 서류다. “전 정권(박근혜 정부) 인사인 이사장 교체가 확실시되니, 그 전에 다른 직책으로 셀프 발령을 통해 자리를 보존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부사정에 정통한’ 인사 ㅁ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ㄴ씨, ㄷ씨, ㄹ씨 등은 전임 이사장 시절 3년 임기로 온 사람들이다. 간단히 말해 낙하산이다. 문제는 이 사람들은 3년짜리로 온 것이기 때문에 당시 공고에 따르면 3년이 되거나 58세가 되면 퇴직해야 하는 인사들이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직을 하고 산하기관 핵심보직으로 가는 것은 꼼수를 쓴 정년연장 내지는 자기들끼리 임의로 자리 나눠먹기를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군인공제회 측은 어떻게 말할까.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ㄱ씨가 간 기획조정실장이 하는 업무가 군인공제회 본사가 산하 사업체 6개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라며 “그러자면 산하 사업체 사장들을 자주 접촉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본부장으로는 제한이 많기 때문에 이사급 이사대우로 올린 것이 규정 개정의 취지였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에 따르면 기조실장 자리는 과거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이사가 맡다가 본부장으로 조정된 뒤 다시 위와 같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 규정 개정으로 다시 이사대우로 조정되었다는 것이다. ‘사직서’도 “전임자 임기에 따라 같은 시점에 결정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복수의 전·현직 군인공제회 측 인사들의 말에 따르면 그 ‘속사정’은 또 다르다. 중령 제대 후 군인공제회에서 십수 년간 근무해온 ㄱ씨는 내부인사로 분류된다. ㅁ씨의 말이다.

“이사회 결정 3일 후 관리부문 이사로 온 장광현 이사가 육사 39기로 자기보다 한 기수 아래인데, 자기 기수보다 한 기수 아래인 사람이 조직의 핵심자리로 오게 되니 이사대우가 되어 같은 레벨로 만드는 데 기존 군인공제회 임원들 선후배들이 동조해 자기들끼리 짜고 만든 것이다. 이것이 인사비리이고 채용비리가 아니면 뭔가.” 취재과정에서 <주간경향>은 ㄱ씨가 이사대우 지원서류에 첨부한 추천서의 작성자가 관리부문 이사를 직무대리하던 ㄷ씨(현재 한국캐피탈 전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른바 ‘나눠먹기 인사’, ‘짬짜미 인사’ 의혹을 더하는 대목이다.

군인공제회 측은 “ㄱ씨 사례는 당시 내부직원들도 이사대우로 승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사례였고, 그런 내부 분위기가 당시 국방부나 국회 등에도 전달되어 공감하는 분위기였다”며 “군인공제회가 공직 유관단체이긴 하지만 역시 하나의 회사이기 때문에 ㄱ씨뿐 아니라 자회사로 간 다른 경우도 일반적인 인사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ㄱ씨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채용 관련은 인사부서에서 담당하는데 당시 나는 그 부서가 아니라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른다”며 “지원서 등 관련 서류를 갖춰 내라고 해냈을 뿐인데, 그게 문제라는 주장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공고를 보고 승진하고 싶어 원서를 낸 것뿐인데 이것을 나쁜 일을 한 것인 양 매도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주간경향>이 확보한 제보문건은 청와대 민정라인과 국방부, 국회 등도 확보하고 관련 확인·조사작업을 진행 중인 것이 확인된다. 국방부 감사실에서도 군인공제회 측을 불러 제보내용에 대해 확인조사를 했다. 국방부 김성준 감사관은 “관련해서 불법성 여부에 대해 철저히 검증했으며, 인사 채용공고 등 일부 제도 미비 개선점에 대해 권고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일단 제보된 문건만 놓고 볼 때 생각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얼마 전 밝혀낸 전·현직 군인공제회 자녀 채용비리뿐 아니라 고위급 임원의 셀프 나눠먹기 승진 의혹도 철저히 조사해 비리가 있다면 밝히고, 제도를 고쳐야 한다면 제대로 손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인 기자 / 주간경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