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유착 의혹 해소 먼저" 성토 글 많은 관세청 제보방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4-26 09:19
조회
165
ㆍ조양호 회장 일가 탈세·밀수 혐의 수사 ‘불신의 벽’에 주춤
ㆍ세관 공무원 묵인 의심…과거 밀수 편의 봐준 비리 등 부메랑
ㆍ떠밀리듯 “내부 감찰”…혁신 TF도 반년째 구체적 방안 못 내

“이 방 안전한가요?” “인천세관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관세포탈을) 봐준 건데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나요?”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카카오톡에 개설한 오픈채팅방에 25일 올라온 글들이다. 조 회장 일가의 탈세·밀수 혐의를 수사 중인 인천세관은 전날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제목의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제보를 원하는 사람이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텔레그램 메신저 주소도 안내하고 있다.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위법 행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수집했으나 구체적 정황을 아는 증인들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3자의 행위를 고발하는 형태라도 좋으니 구체적 행위가 벌어진 날짜와 일시를 특정할 수 있는 제보가 필요하다”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열어두기 위해 채팅방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확보한 자료들을 정밀분석한 뒤 조 회장 일가를 직접 소환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세청 기대와 달리 채팅방에는 인천세관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인천세관 공무원 먼저 파면시켜 주세요” 등 내부 유착 의혹을 먼저 해결하라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내부고발자의 경우 직업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보상이 되나요?” 등 제보 이후 당할 불이익을 우려하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관세청 관계자는 “제보하게 되면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위계에 의하거나 지시에 따라 내용을 모르고 단순 가담한 행위에 대해서는 기소나 재판 단계에서 참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보방이 ‘성토의 장’이 된 까닭은 조 회장 일가의 탈세 등 위법행위가 세관 담당 공무원들의 묵인과 협조 없이는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란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여하는 오픈채팅방에는 인천세관과 대한항공 간 유착을 의심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인천세관 직원들이 해외로 나갈 때 대한항공 측이 좌석을 업그레이드시켜주거나 고가의 양주를 회식용으로 기증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같은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2010년 KE062편으로 웨딩드레스를 직접 운반했다고 밝힌 대한항공 전 직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레스) 사이즈가 엑스레이 기계를 통과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에도 아는 세관 계장님이 있어서 그냥 들고 나갔다”고 증언했다. 이 같은 편의 봐주기가 단순 관행이 아니라 대한항공이 세관 담당 공무원들을 적극 관리한 결과라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은 관련 보도들이 나온 지난 24일 오후에야 내부 감찰에 착수했다. 조 회장 일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닷새 만으로 떠밀려 감사에 나섰다는 반응이 많다. 관세청 관계자는 “감사의 가능성은 항상 열어놓고 있었다. 언론보도를 통해 충분한 증거가 나왔기 때문에 감사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관세청에 대한 불신은 관세청 스스로 쌓아온 측면이 강하다. 세관 공무원들은 과거부터 유착에 따른 비리로 자주 도마에 올랐다. 2016년에는 뇌물을 받고 밀수업자를 상대로 통관절차를 생략해주는 등 편의를 봐준 혐의로 군산세관장이 구속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전 부산세관장이 밀수업자에 대한 구명 로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결국 구속됐다.

지난해에는 굵직굵직한 스캔들이 연달아 터졌다. 관세청장이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 최순실씨를 만나 충성맹세를 했다는 의혹부터, 최씨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를 통해 인천세관장 후보를 추천받았다는 의혹도 나왔다. 감사원은 관세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 위법 행위가 있었다며 천홍욱 당시 관세청장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관세청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10월 민간위원 등이 참여한 관세행정 혁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으나 아직 구체적 조직 쇄신 방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오는 10월 TF의 중간권고안이 발표되는데, 대한항공 유착과 관련된 문제도 논의될 수 있다”며 “다만 실제 반영될지는 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거라 확답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박은하·박용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