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불법재산 환수"… 文 특별지시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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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19-04-03 11:0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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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명분 관련법 없이 진행
조사단 활동 두달 남아 빈손 위기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명박 전 대통령, 한진그룹 일가 등의 은닉재산을 회수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한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이 빈손으로 종료될 위기에 처했다. 합동조사단 활동의 법적 근거가 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제7조, 기재부 장관의 채권회수 명령 삭제)을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6년 말 탄핵정국 때 통과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대검찰청 등이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정부와 법조계에 따르면 합동조사단의 주무기관인 대검찰청은 해외불법재산 환수 근거 조항을 마련하기 위해 최근 비공개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2017년 7월18일 시행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에 기재부 장관 명령으로 대외채권을 회수할 수 있게 한 제7조가 삭제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항은 기재부 장관이 대외채권을 추심해 국내로 회수할 수 있게 한 규정이다.

개정안은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이 아니면 정부가 대외채권을 회수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검찰 등은 기재부가 기업의 해외활동 자율화 촉진 명목으로 삭제한 이 해외채권 환수 근거를 대체할 법안이나 보완 방안 등을 검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라는 예상치 못한 암초가 합동조사단이 쉬쉬하며 10개월여 동안 결과물을 전혀 내놓지 못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근거법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대통령의 ‘적폐청산’ 한 마디에 조직부터 꾸린 행태가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다. 결국 합동조사단의 활동기간이 두달여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체법령이 마련되지 않으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사회지도층에 특경법을 적용해 처벌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기재부와 법무부 등이 당시 무슨 생각으로 법을 고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재지변 아니면 해외재산 회수 못해... ‘예견된 빈손’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출범한 해외불법재산환수합동조사단은 지난 10개월 동안 실적 발표나 대국민 중간보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범정부 차원의 고급 수사인력이 대거 달라붙었음에도 오는 6월 활동 종료를 앞둔 시점까지 감감무소식인 데 대해 정치권과 여론은 의문부호를 붙였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재산찾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안민석 의원은 지난해 말 “문 대통령이 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켰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지금껏) 조사한 게 없다면 그 사유와 향후 조사계획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작심 비판하기도 했다.

정부와 법조계는 합동조사단의 이 같은 침묵이 기획재정부의 외국환거래법 제7조(채권의 회수 명령) 삭제와 직결된다고 보고 있다. 근거 법도 없이 대통령의 한 마디에 조직부터 만들었다가 어설픈 성과를 내놓을 수도, 국민들에게 사정을 해명할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합동조사단은 검찰과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의 수사인력을 묶어 출범했다. 해외 재산은닉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최순실씨와 다스 해외 법인의 차명재산 의혹을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백억원대의 상속세 탈루 혐의를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 등의 해외 재산을 환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1년을 맞은 지난해 5월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범죄수익 재산이 해외에 은닉돼 있다면 반드시 찾아내 모두 환수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조사단이 꾸려졌다.

문제는 기재부의 외국환거래법 제7조 삭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 제4조(재산국외도피죄)에는 환수와 관련한 조항이 없다. 대외채권들이 환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이를 근거로 해외로 불법재산을 빼돌린 사회 지도층을 처벌하는 데도 법률적 모순이 생긴 것이다.

합동조사단이 출범 10개월여 동안 아무런 성과도 발표하지 않은 채 쉬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의 졸속 법안 통과 관행과 대통령 한 마디에 따른 졸속 조직 구성이 이 같은 황당한 상황을 빚었다는 평가다. 대검찰청 담당자는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항 삭제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며 취재진의 추가 접촉을 피했다.

해당 조항은 외국환거래법의 전신 격인 외국환관리법의 잔재다. 지난 1961년 박정희 정권 초기부터 정부가 외환을 집중관리할 목적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선진국에 들어선 대한민국 상황을 고려해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2016년 6월 이 조항 삭제를 결정했다. 일본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규제라는 점도 고려됐다.

기재부는 같은 해 9월 개정안을 국회에 정부발의하면서 ‘천재지변 등 경제 사정의 중대하고도 급격한 변동이 있는 경우에만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천재지변 같은 형국이 아니면 불법재산에 해당하는 해외 채권이라도 국가가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다는 얘기다.

개정안은 같은 해 12월29일 국회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때문에 미뤄뒀던 민생 법안을 일괄처리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도 없이 슬그머니 통과됐다. 법안과 함께 기재부 장관의 채권 회수명령을 구체화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제12조도 자동 삭제됐다. 개정된 법안과 시행령은 2017년 7월18일부터 시행됐지만 초창기 합동조사단을 비롯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합동조사단의 활동기간이 앞으로 3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소 3개월 이상 걸린 연구용역 기간과 1년 이상 걸리는 대체법령 마련 기간까지 감안하면 환수 조치 성과는 ‘제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합동조사단은 1년 동안 활동한 뒤 평가를 통해 활동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지금처럼 성과가 전혀 없는 상태로 끝나면 기간 연장은 물론 조직의 상시기구화 여부도 불투명해질 수밖에 없다. 당시 법 개정을 담당했던 기재부 실무자는 “법무부와 모두 협의했던 사항”이라며 “범죄수익 환수 때문에 국민의 모든 대외채권을 규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있어 몰수 근거가 없지는 않다”며 “다만 관련 조항 삭제로 그 범위가 너무 좁게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고 해명했다.

서울경제 / 윤경환·이현호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