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전두환 불법재산 추징 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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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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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의 반격…다 내놓겠다더니 “추징법 위헌이다” 전면전

전두환 불법재산 추징 22년













임기 중 불법자금 9500억원 수수 / 1997년 추징금 2205억원 확정 / 1021억원 아직도 추징 못해 / 노태우는 2628억원 이미 완납
2013년 ‘전두환 추징법’ 통과 / 검찰 압수수색 등 압박에 전재국 “연희동 집 등 1672억원 자진납부… 최대한 협조하겠다”

지난해 말부터 태도 돌변 / ‘재판집행 이의신청’ ‘공매 취소’ /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등 전방위 소송전으로 대응
연희동 집 공매절차 전면중단 / “위헌 결정 시 전두환 일가 재산의 압류 조처 다 풀어야” / “당사자 사망해도 집행 어려워”

1988년 1월7일 저녁 청와대에서 당시 퇴임(2월24일)을 한달 남짓 앞둔 전두환 대통령이 출입기자들과 송별 만찬을 열었다. 그는 “내가 싫어하는 게 ‘용두사미’라는 말이야. 유종의 미가 좋지”라는 말로 입을 뗐다. 한 기자가 물었다. “집권 연장의 유혹을 느낀 일은 없으신지요?” 전 전 대통령이 답했다. “내가 정권을 내놓는다고 하니까 까뒤집고 해요.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정권이라는 게 잡는 것보다 내놓는 게 더 어려워요.”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통치사료를 담당한 김성익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이 대통령의 말을 모아 펴낸 책 <전두환 육성 증언>에 담긴 대화 내용이다. 전씨는 다음달인 2월25일 사저가 있는 서울 연희동 골목으로 돌아왔다. 양재동에 사저를 짓자는 주위 권유가 있었지만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연희동을 고집했다. 그는 연희동으로 돌아가는 것을 ‘귀향’이라고 말했다.(이순자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

그로부터 31년이 흘렀다. 전씨는 정치인으로서 ‘유종의 미’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12·12 군사반란, 5·18 광주학살, 5공 비리 사건으로 심판을 받았다. 1997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무기징역형은 8개월 만에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법적 책임 한가지는 남았다. 바로 추징금이다.

전씨에게 선고된 추징금 2205억원 중 절반을 조금 넘은 1184억원(53.7%, 8월 현재)이 집행됐다. 미납금은 1021억원(46.3%)이다. 전씨 쪽은 2013년 장남 전재국씨를 내세워 발표했던 자진납부 약속을 뒤집고 지난해 말부터 연희동 집을 비롯한 남은 재산을 지키려는 전방위 법적 다툼에 나서고 있다.

제3자의 재산 추징을 가능하도록 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일명 ‘전두환 추징법’)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지난 3월 낙찰된 연희동 집은 공매절차가 중단됐다. 전씨 쪽은 무엇을 의도하고 있는 것일까.(이하 존칭 생략)

공매절차 시작되자 소송 4건

검찰은 1997년 대법원 판결과 2013년 전두환 쪽의 ‘자진납부 계획서’를 바탕으로 압류, 공매 등의 방식으로 전두환 주변의 재산 환수를 진행하고 있었다. 조용하던 전두환 쪽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건 검찰로부터 공매 절차를 위임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연희동 집 공매를 공고한 지난해 12월19일이다. 지층·1층·2층으로 된 별채(연희동 95-5) 명의자인 셋째 며느리 이윤혜(전재만 부인)는 공매 공고 당일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서울고법 형사1부에 냈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그런 사건명은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제489조(이의신청)는 ‘재판의 집행을 받은 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이나 배우자는 집행에 관한 검사의 처분이 부당함을 이유로 재판을 선고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996년 12월16일 항소심에서 전두환에게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한 재판부다. 전두환 쪽이 ‘법원 선고에 따라 검사가 추징의 집행을 하는데, 연희동 별채 추징은 정당하지 않으니 불허해달라’며 22년 전 항소심 재판부를 다시 찾은 것이다.

연희동 집 95-4 단층 주택(본채)은 이순자 명의로, 95-5 2층 주택(별채)은 전두환 명의로 돼 있었다. 이순자가 본채를 먼저 매입했고 1987년 4월 전두환이 당시 옆집이었던 별채를 사들여 담장을 헐었다. 2003년 전두환 명의 별채가 압류돼 강제경매로 넘어갔으나 처남 이창석이 이를 매입한 뒤 이윤혜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윤혜 쪽은, 검찰이 당시 경매로 낙찰된 별채 대금을 추징하고도 이번에 별채를 다시 추징하려고 하는 것은 ‘이중 집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연희동 본채 명의자인 이순자도 가만있지 않았다. 지난 2월18일 역시 같은 서울고법 형사1부에 같은 취지의 신청 사건을 제기했다.

전두환 일가가 제기한 소송전은 이것만이 아니다. 캠코는 지난 2월14일 연희동 집 입찰을 개시했다. 그러자 나흘 뒤인 2월18일 이순자와 연희동 집 정원(95-45) 명의자 이택수(전두환 전 비서)가 연희동 집 공매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전두환 쪽은 소송 선고가 늦춰질 수 있으니 일단 공매 처분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구했다(집행정지 신청).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가 지난 3월27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매 절차는 중단됐다. 연희동 집이 51억3700만원에 한 입찰자에게 낙찰(3월25일)되고 이틀 뒤였다. 절차가 전면 중단되면서 대금 납부도 이뤄지지 않았다. 캠코 관계자는 “공매 절차가 중단된 것일 뿐 낙찰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캠코는 집행정지 결정에 항고해 이 사건은 서울고법 행정9부가 심리 중이다.

전두환 쪽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지난 4월19일 서울고법 형사1부에서 열린 ‘재판의 집행(추징금)에 관한 이의 신청’ 심리 과정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이 조항(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제9조의2)은 ‘추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두환 쪽 정주교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두환 추징법이 적용된 건 전 전 대통령 관련 사건이 유일하다. 어떤 누구에게도 적용된 적이 없다. 위헌 사유는 여러 가지다. 해당 조항은 불법재산을 알고 취득한 경우 제3자로부터 추징할 수 있다고만 돼 있는데, 적어도 그 제3자의 재산이 불법이거나 불법재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취득했다는 점을 재판으로 확정하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조항은 전두환 관련 다른 사건에서 이미 2015년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다. 전두환의 조카 이재홍한테서 한남동 땅과 건물을 구입한 박아무개가 검찰이 전두환 추징법에 따라 이 부동산을 압류하자 불법재산인 줄 모르고 샀다며 2014년 서울고법에 이의신청을 냈고, 그 심리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까지 신청한 것이다.

법원은 법률의 위헌성이 있다고 판단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아직까지 헌재의 최종 결론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 사건을 잘 아는 한 변호사는 “헌재가 해당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그날로부터 압류의 근거가 사라지기 때문에 그 시점을 기준으로 검찰이 압류 중인 전 전 대통령 추징 관련 제3자 명의 재산은 전부 압류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두환 쪽이 제기한 4건의 소송은 긴밀하게 얽혀 있다. 연희동 집 공매 처분 취소 소송을 맡고 있는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서울고법에서 심리 중인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 사건 결과를 지켜본 뒤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지난달 18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 밝혔다. 그런데 서울고법 형사1부 입장에서는 전두환 추징법 위헌 여부를 헌재가 심리 중인 탓에 당장 합헌을 전제로 판단을 내리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전두환 쪽과 검찰 쪽에 ‘연희동 집을 기부채납(국가에 무상으로 소유권을 넘기는 것)하고 생존시까지 거주하는 쪽으로 논의해보라’고 사실상 조정을 권고한 상태다. 양쪽이 합의하지 못하면 헌재의 위헌 여부 판단까지 서울고법이 결정을 미룰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연희동 집 추징 집행은 기약 없이 미뤄질 것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두환 추징법 조항은 위헌성 논란 여지가 있다. 그래서 헌재도 여론의 부담을 의식해 5년이나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연희동 집만 빼달라는 것이다?

이순자 명의 연희동 본채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1969년 9월29일 매매해 소유권이 이전된 것으로 나온다. 연희동 본채는 줄곧 이순자 명의로 돼 있어 2013년 6월 전두환 추징법 통과 이전에는 추징 대상에 포함된 적이 없다. 하지만 법이 통과되고 검찰이 전두환 일가 압수수색 등으로 전방위 압박을 해오자 전재국은 미납추징금 자진납부 계획서를 내며 납부 목록에 연희동 집을 포함시켰다.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자진납부 재산 목록 중 연희동 집 옆에는 ‘기부채납 희망(단, 생존시까지 거주)’라고 기재돼 있다. 당시 전재국은 자필 진술서에서 ‘실제 소유자가 전두환 대통령임을 일가 모두가 인정합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검찰이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전재국을 만나 연희동 집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을 때는 기부채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검찰이 공매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하자 전재국이 “그럼, 그렇게 하셔야겠죠”라고 답했다고 한다.

정주교 변호사는 “자진납부 계획서에 있는 다른 재산은 아니고 연희동 사저만 법적으로 다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희동 사저는 이 여사가 1969년 매입 당시 주변이 논밭이었다. 전 전 대통령 월급으로 연희동, 효창동 등을 옮겨다니며 부동산을 사고팔아 마련한 돈으로 매입했다. 결국 이 집에서 나가라는 건데, 두 분 다 고향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갈 곳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생존권의 문제다. 국민 정서를 알고 있지만 법적인 판단을 한번 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두환 추징법의 위헌 여부를 헌재가 가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연희동 집 외 나머지 추징금 집행도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2013년과 180도 달라진 태도다.

전재국은 당시 자진납부 계획서를 제출하며 “부친은 진작 할 수 있는 한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 저희 가족 모두는 추징금 완납 시까지 당국의 환수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2013년 전두환 추징금 집행에 관여했던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주교 변호사는 2013년 검찰의 미납 추징금 집행 때 적극적으로 다투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이 자진납부로 가닥을 잡자 당시 변호에서 빠졌었다. 정주교 변호사가 지금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의 추징 집행 실적을 보면 자진납부 계획 발표 뒤 1년 동안은 500억원가량을 추징했으나 2014년부터 최근까지는 매해 집행률이 떨어져 5년간 매해 평균 20억원 정도를 추가로 추징하는 데 그쳤다. 전두환 쪽이 내놓은 부동산 중 매각 규모가 큰 매물들이 팔리지 않거나 낙찰가격이 애초 감정평가액보다 낮다 보니 추징 실적 추이가 더뎌진 것이다.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수십억원의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돼 추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두환 부동산이라고 하면 낙찰을 받더라도 입찰자가 전두환 쪽 사람이 아닌지 검찰이 자금 추적을 할 수 있으니까 입찰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낙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9일 캠코와 검찰,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5일 현재 전두환의 추징 집행액은 전체 추징금 2205억원 중 약 1184억원이다. 2013년 533억원이었던 전체 추징금 집행은 같은해 서울중앙지검의 ‘전두환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 출범 뒤 1년 동안 554억원을 추가 집행해 2014년 1087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2017년 1152억원으로 3년간 65억원을 추징하는 데 머물렀고 올해 현재 1184억원으로 2년간 32억원만을 추가로 추징했다.

주요 추징금 집행 내역을 보면, 한남동의 신원플라자 건물 180억100만원, 서초동 시공사 건물 81억1천만원, 서초동 상가용·업무용 건물 및 근린생활시설 35억1010만원, 경남 고령군 임야 및 도로 8100만원,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 임야 37억1500만원 등이다.

이 외에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 보석류 108점, 카르티에 100주년 한정판매 시계 4점, 그림 ‘물방울’ 1점이 있다. 가장 최근 이뤄진 것은 지난 7월 전재국의 북플러스(도서 도매 유통업체)의 비상장주식 20만4천주(전체 지분의 51%)를 공매해 6억1511만1천원의 추징을 집행한 것이다. 통상 상장주식은 주식시장에 매매하고, 비상장주식은 공매를 거친다.

불법자금 방치 30년…“집 압수수색 단 한번”

전두환이 임기 중 조성한 불법자금에 대한 추징은 1997년 대법원의 추징금 확정 이후 본격화했지만, 그의 재산 환수에 대한 역사는 그 10년 가까이 전부터 시작된다.

“제 가족의 재산은 연희동 집 안채와 두 아들이 결혼해 살고 있는 바깥채, 서초동 땅 200평, 그 밖에 용평에 콘도(34평) 하나와 골프회원권 2건 등이며, 금융자산은 재산등록제도가 처음 실시된 1983년 총무처에 등록한 19억여원과 그 증식이자를 포함해서 모두 23억여원을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축재했다고 단죄를 받는 이 사람이 더 이상 재산에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이 재산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 따라 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여당 총재로서 사용하다가 남은 돈 139억원을 관리해왔습니다. 이제 이 돈은 우리나라 정치발전을 위해 국가가 관리해주시기 바랍니다.”

1988년 11월23일 전두환은 텔레비전 생중계로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했다. 대통령 퇴임 두달 뒤인 1988년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며 5공 비리 관련 야당의 문제제기가 본격화하고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카메라 앞에 선 것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는 정치자금 140억원(139억원에 붙은 이자 1억원 포함)은 1989년 4월 국고로 세입 조처했지만 전두환의 개인재산에는 한푼도 손대지 않았다. 국유재산법상 개인이 재산을 헌납할 경우 헌납자가 관련 서류를 작성, 제출해야 하는데 전두환은 헌납 의사만 표시하고 후속 조처를 취하지 않아 국고 귀속이 불가능했다는 게 당시 정부 쪽 설명이었다.

노태우 정부에서 손을 놨던 전두환의 불법자금 수수 수사가 본격화한 것은 1995년 11월30일 ‘12·12 및 5·18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면서다. 특별수사본부는 1996년 1월13일 수사 결과를 발표해 “전 전 대통령이 기업으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한 금액은 모두 7천억원이며, 성금 명목으로 2515억원을 받았다. 총 950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증거를 바탕으로 뇌물죄가 성립될 수 있는 돈은 기업 대표 42명으로부터 받은 2159억5천만원”이라고 밝혔다.

1996년 8월26일 1심인 서울지법 형사30부는 전두환에게 사형, 2259억5천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1996년 12월16일 형량을 낮춰 무기징역, 2205억원 추징을 선고했고 이는 1997년 4월17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전두환에게 추징금 납부의 법적 의무가 발생한 시점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후임 김대중 대통령과 협의해 전두환이 복역한 지 2년 만인 1997년 12월22일 그를 특별사면으로 풀어줬다. 하지만 추징금 2205억원의 선고 효력은 유지했다.

검찰은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 직후 전두환이 숨겨둔 자금을 찾아내 312억원가량을 처음 추징한 것을 시작으로 추징 작업을 이어갔다. 다소 지지부진해지던 추징 작업에 다시 박차가 가해진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였다.

국회는 2013년 6월 추징금 집행 시효를 10년으로 연장하고 제3자의 재산도 추징 가능하도록 하는 전두환 추징법을 통과시켰다. 검찰도 ‘전두환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을 구성해 전두환 일가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전두환 연희동 집 본채 압수수색은 이때 처음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압수수색에 관여했던 한 검사는 “과거 수사했을 때에도 연희동 사저에 가서는 비서관들이 거주하는 사무실에 국한해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두환 쪽이 그해 9월 자진납부 계획서를 제출한 것도 이런 검찰의 압박 때문이었다.

상대적으로 추징 집행률이 높았던 노태우는 같은 달, 총 2628억원의 추징금 중 남아 있던 230억원을 동생과 사돈이 대납해 선고 16년 만에 추징금을 완납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 뒤 서울지검 재산추적팀이 두 대통령의 재산을 쫓았는데, 전 전 대통령은 본인 명의 재산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다 추적이 어려운 무기명 채권이 많았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은 현금, 예금 등 추적 경로가 쉬운 형태로 돈을 관리해 당시 추적팀이 추징금 2628억원과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일찌감치 추징보전(재산동결)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검에 범죄수익환수부를 신설해 전두환 재산 추징 집행을 관리하고 있다.

계속 미뤄지는 대국민 약속

전두환 쪽이 2013년 9월 검찰에 낸 미납추징금 1672억원의 자진납부 계획은 6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1997년 대법원 확정 판결로 따지면 22년이 됐다. 1988년 개인재산을 국가에 내겠다는 대국민 약속으로 따지면 31년이 지났다.

전두환 추징 시효는 현재 기준으로 2029년 7월이다. 전두환 추징법은 공무원 범죄의 추징 시효를 10년으로 하고 있다. 추징금 중 1원이라도 집행하면 그 시점부터 자동으로 시효가 10년 늘어난다. 사실상 시효는 큰 문제가 아니다. 전두환 추징법의 위헌 여부와 함께 또 하나의 복병은 그가 구순을 앞둔 고령이라는 점이다.

만약 그가 사망할 경우 미납 추징금 집행은 어떻게 되는 걸까. 추징금 집행에 관여했던 한 검사는 “사망 전에 종결 처분된 추징 집행 처분은 상관없지만 새로운 추징은 집행이 어렵다고 본다. 전 전 대통령 상속재산이나, 전 전 대통령이 다른 사람과 공모해 빼돌려 숨긴 재산은 입증이 된다면 추징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다만 일반적인 형법의 추징과 달리 ‘전두환 추징법’의 추징은 특례법이라 사안별로 그때그때 법리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2016년 검찰은 전두환 장남 전재국 소유의 법인 ‘리브로’를 상대로 미납 추징금 관련 소송을 내 ‘리브로가 국가에 7년간 24억6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이끌어냈다. 리브로는 2022년까지 매년 3억여원을 추징 집행당하고 있는데, 이런 경우는 이미 법원 결정이 난 사안이므로 그사이 전두환이 사망해도 추징은 계속 집행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새로 추징을 집행하려는 재산은 법원 등의 확정적인 종결 처분이 없는 경우 불법재산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추징금 집행에 관여했던 다른 검사는 “사망하면 현실적으로는 추징 집행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집행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