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새로운 국면…해외 은닉재산 결정적 제보 확인 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10-19 10:18
조회
103
전두환 추징금 새로운 국면…해외 은닉재산 결정적 제보 확인 중
2013년 수사 당시 친박 인사 부적절 외압 정황도 포착

여권 핵심부가 전두환 씨 일가 재산 추적에 나섰다. 아직 드러나지 않거나 차명으로 보관 중인 재산을 찾아내 미납 추징금을 모두 받아내겠다는 목표다. 불법으로 조성된 재산이 새롭게 드러날지가 관전 포인트다.

취재 결과, 전 씨와 연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수상한 해외 재산 일부가 포착돼 확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전 씨 일가 수사 과정에서 부적절한 외압이 있었던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전두환 씨는 현재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를 명예훼손 했다는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전 씨는 단 한 번도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전 씨는 회고록과 관련해 손해배상 및 출판금지 소송도 당한 상태다.

전 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증거들이 공개되면서 거센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검찰 조사 및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등을 종합하면 신군부는 헬기를 동원해 광주시민을 진압하려 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문서와 진술 등이 여럿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전 씨는 일관되게 부인했다.

이런 전 씨를 바라보는 여권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전 씨 문제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다뤄지고 있는 배경이다. 더군다나 전두환 신군부에 저항했던 운동권 출신들은 문재인 정부 ‘성골’로 꼽히며 일부는 핵심 요직에 발탁됐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이 시절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인사다. 한 친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라던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을 보면서 오버랩되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29만 원밖에 없다고 말해 오랫동안 조롱거리가 된 전두환 씨였다.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 다스 차명 소유 의혹을 밝혀냈듯 이젠 전 씨의 숨겨진 재산을 추적하는 게 시대적 과제가 됐다. 적폐청산 일환이기도 하다. 추징금 완납은 그 시작일 뿐이다.”

전 씨가 지금까지 낸 추징금은 1150억 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1997년 내란·반란수괴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아직 1055억 원을 내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13년 9월 전 씨 장남 재국 씨가 검찰에 출두해 자진납부 계획을 밝힐 당시 1672억 원의 추징금이 있었는데, 그 이후 3분의 1 수준인 522억 원가량만 거뒀다는 얘기다.

앞서의 친문 의원은 “전 씨 측이 2013년 제출했던 납부 계획서는 문제가 많다. 이를 계획대로 실행하더라도 추징금을 완납하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전 씨 일가 소유 부동산 가격이 제대로 매겨졌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도 “추징금을 거두지 못 하면 우리가 욕을 먹게 생겼다. 전 씨 측은 모든 공을 검찰로 넘겼다는 입장 아니냐. 알아서 추징해가라는 것인데 남은 액수를 채우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임엔 분명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전 씨 측은 “여론몰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 씨와 가깝게 지내는 한 사업가는 “2013년 발표한 납부 계획서는 전 씨 부부가 거주할 연희동 자택 빼고 처분 가능한 모든 것을 넣은 목록이다. 그때도 정치권과 검찰이 여론에 편승해 초법적으로 전 씨를 겨누더니 이제 와서 또 그런 움직임이 나타난다. 정치적으로 전 씨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2013년 전 씨 일가를 향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 씨가 스스로 낸 제출 계획서가 아니라 수사 등을 통해 정확한 재산 규모를 파악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전 씨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처남 이창석 씨를 구속하며 고삐를 죄었지만 수사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전 씨 일가 수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수사팀 및 박근혜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 등을 통해 살펴봤다. 이들은 재국 씨 소환으로 떠들썩했던 여론과는 달리 수사 강도는 그리 셌던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한 전직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일부 친박 인사들, 그리고 청와대의 한 수석이 (전 씨를 위해) 구명을 하고 다녔다. 수사 중반쯤엔 청와대가 검찰에 ‘스톱’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고위 인사도 “전 씨 일가 수사 때 일선 수사진들이 고충을 토로했었다. 윗선이 수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면서 “2013년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아마 추징금도 다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 씨 구명을 했다고 지목받은 한 친박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 씨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치권에서 전 씨 재산 환수를 위한 특별법을 만들고 또 검찰까지 나선 부분에 대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뜻을 검찰 수뇌부에 전한 적은 있다. 강경 모드였던 청와대도 나중엔 많이 누그러졌더라. ‘이쯤하면 됐다’는 기류가 형성됐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인사는 전 씨와 인연이 없다고 했지만 친박 내에선 전 씨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 씨 수사에 친박 실세들 의중이 개입됐을 것으로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여권은 물론 검찰 내에서조차 재수사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친문 인사들 사이에선 “MB 다음 차례는 전두환”이라는 말이 나돈다. 공교롭게도 추징금 환수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의 윤석열 지검장은 서울대 법대 학생이던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모의재판에서 대통령 전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가 강원도로 도피했던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해외범죄수익환수합동조사단(단장 이원석 부장검사)을 꾸려 유력 인사들의 해외 재산 추적에 착수한 바 있다. 전 씨 역시 리스트에 오른 주요 인사 중 한 명이다. 이미 사정당국에선 전 씨 일가 소유로 추정되는 부동산과 비자금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씨가 지인 차명으로 은닉한 일부 해외 재산과 관련해선 ‘의미 있는’ 제보와 자료들을 확보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전 씨 측이 여러 경로를 거쳐 사들인 부동산 목록, 그리고 해외에 만든 계좌 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관계자의 결정적 제보가 있었다. 유관 기관 및 해외 직원들을 통해 확인 작업을 벌이는 중”이라고 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 일요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