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교묘해진 역외탈세, 국세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9-12 18:04
조회
50
조세회피처서 정상 조세국으로
자금세탁·증여 등으로 자금 은닉
신탁·펀드 동원…로펌 등도 가세

자녀 유학 국가에 법인 세워 송금
대기업 회장도 1천억 상속세 안내

국세청 "스위스 계좌 추적도 가능"

국세청이 12일 역외탈세에 ‘엄단’ 의지를 밝힌 것은 해외로 자금을 은닉하는 행위가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어서다. 해외 탈세 행위는 종전까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 등 조세회피처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 정상적인 조세 국가로 확산되는 추세다. 과거에 서류상 법인을 설립해 돈을 송금했다면 지금은 현지법인이나 신탁·펀드를 적극 동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로펌·회계법인 등 전문가들의 조력을 얻는 것도 종전과 달라진 점이다.

○‘한류 스타’ 기획사도 가담

국세청 조사 결과 한류 스타가 소속된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대표도 역외탈세에 적극 가담했다. 아이돌그룹이 해외 공연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70억원을 홍콩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런 수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연예기획사 대표로부터 법인세 등 90억원을 추징하고 과태료 20억원을 부과했다.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도 고발했다.

한 대기업 회장 역시 국세청의 집중 추적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부친이 해외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상당액을 부친 사망 이전 인출해 은닉했다. 부친의 사망 이후 해당 계좌를 자신의 이름으로 바꿨지만 대부분 돈을 빼낸 뒤여서 상속세를 거의 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탈루한 상속세만 1000억원대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 상속세를 모두 추징하는 한편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과태료 4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자녀가 유학 중인 나라에 현지법인을 설립한 뒤 거래대금을 가장한 생활비를 지속적으로 보낸 사례도 적발됐다. 국내 한 제조회사 사주는 자녀가 유학 중인 국가에 법인을 세운 뒤 시장조사 용역 계약을 맺었다. 매달 용역비 명목으로 돈을 보냈지만 자녀 유학비 및 사주 일가의 호화 생활자금으로 쓰였다.

'한류열풍' 올라탄 新역외탈세… 1000억 상속세 안낸 사주도 덜미

○이달 말 스위스 계좌 추적

국세청은 앞으로 역외탈세 추적이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간 금융거래 정보를 교환하는 ‘다자간 금융정보 교환협정’ 대상국이 작년 46개국에서 연말까지 78개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세계의 비밀 금고’로 알려진 스위스 계좌정보 역시 이달 말 국세청에 들어온다.

스위스 금융정보는 △금융계좌번호 △계좌 소유자의 인적사항 △계좌 잔액 등이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작년 말까지 스위스에 계좌를 유지한 내국인이 있다면 대부분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 금융정보와 자금 출처를 종합 분석해 세무조사 및 검찰 고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정보 교환 대상국은 내년 97개국으로 확대된다. 이 중에는 내국인의 출국 빈도가 높은 홍콩도 포함돼 있다.

내년부터 해외에 송금할 때 신고기준 금액은 확 낮아진다. 작년 세법 개정에 따라 해외 금융계좌 기준금액이 올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해외 금융계좌는 외국에 개설한 계좌의 현금과 주식, 채권, 펀드, 보험상품 등을 망라한다. 해외 금융자산 잔액이 매달 말일 중 하루라도 5억원을 넘으면 모두 신고해야 한다.

해외 사업장이나 지점이 보유한 금융계좌도 신고 대상이다. 차명 계좌라면 명의자와 실소유주 둘 다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때는 최고 20%까지 과태료가 부과된다.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넘으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이름이 공개될 수 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1조5000억원(525명)이었던 신고액은 작년 61조1000억원(1133명)을 기록했다. 2011년 이후 작년 말까지 총 262명에게 733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이 중 형사 고발된 사람은 26명이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