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지쳤다고? 적폐청산이 먹고사는 문제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8-06 09:23
조회
160
[게릴라칼럼] 국회의장은 착각 말라, 국민은 아직 피곤하지 않다

국회의장의 안일한 문제의식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지난 1년간 전광석화처럼 적폐청산을 포함한 개혁작업을 잘해왔고 국민들도 높은 지지를 보내줬다... 하지만 집권 2년차로 접어들면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줄 수 있는지에 주목할 것."

지난 31일 문희상 국회의장은 <서울경제> 인터뷰에서 적폐청산이 이제는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줄 것이라며,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1년간 적폐청산은 어느 정도 성과를 내었으니, 이제는 경제 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발언을 한 국회의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적폐청산을 이야기해왔던 여당의 중진인 그마저 피로감을 운운한 것은 그만큼 정부 여당이 현 정국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낀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현재 정부여당은 집권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고 있다. 6.13 지방선거 승리 이후 최저임금 논란 등 경제와 관련된 부정적인 보도가 계속 되고 있고, 여당 소속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는 각각 스캔들과 드루킹 특검으로 인해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결과 유래 없이 높았던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여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충분히 국면 전환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난 지난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시민으로서 국회의장의 이번 발언이 매우 유감스럽다. 그의 현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그 해결방법이 적폐청산을 포함한 개혁의 속도조절이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국민들이 적폐청산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어림없는 소리. 이는 개혁을 반대하는 보수세력이 기존에 늘 써먹었던 낡은 논리일 뿐이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대법원 사법농단

예컨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대법원 사법농단 사태를 보자. 비록 언론에 따라서는 드루킹 특검보다도 작게 다뤄지고 있긴 하지만 이 두 사건은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뿌리 채 뒤흔드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계엄령 문건을 작성했던 기무사가 어떤 조직인가. 그들은 해방 이후 만들어져 지금까지 스스로를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으로 자기 규정해 왔던 이들이다. 민주주의를 내걸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찬탈한 경험이 있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감시, 통제해 왔다.

또한 사법부는 어떠한가. 그들은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 하에 독립된 지위와 권위를 보장받고 있지만, 시시때때로 권력과 야합하여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켜왔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군사정부 때는 정권의 하수인 혹은 허수아비로 민주주의 탄압에 기여했으며, '이명박근혜' 시대에서는 정권과 재판을 흥정하며 스스로 자신의 정당성을 오염시켰다.

문제는 이 심각한 사건들이 왜 하필 지금에야 뉴스에 오르내리냐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2년이 지난 이 시점. 과연 그 전에 정부는 위와 같은 사실들을 몰랐을까?

아니다. 정부 여당은 그 전부터 이 사실들을 최소한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다. 계엄령과 관련해서는 이미 2016년 탄핵 정국 때 추미애 당대표가 내부고발을 통해 정보를 입수해서 언급한 바 있으며, 대법원의 사법농단은 MB 당시 신영철 대법관의 사례 등을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지 않았던가.

따라서 이 시점에 두 사건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지금에야 그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 아니라, 지금에야 정부여당이 진실을 파헤칠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즉, 6.13 지방선거로서 대선이 진짜 끝났다는 말이 있듯이, 지방선거로 드러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부 여당이 그동안 수면 밑에 있었던 두 사건을 끄집어 낸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사실은 바로 지금이 정부가 적폐청산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적기임을 의미한다. 탄핵을 거쳐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국회의 원구성 자체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해 미룰 수밖에 없었던 적폐청산을 이제야말로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 국회의장이 나서서 뜬금없이 적폐청산의 피로감을 운운하고 나섰다. 보수언론들이 하고 싶었던 말을 여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언급한 것이다. 그러니 촛불시민으로서 황당할 수밖에.

적폐청산과 먹고사는 문제

물론 먹고사는 문제는 가장 중요하다. 정치의 본질은 근본적으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묻고 싶다. 과연 적폐청산과 먹고사는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을까?

시민들이 그 추운 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유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부도덕함과 국정농단 때문이었지만, 동시에 그것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무리 부패한들 국민들이 잘 먹고 살았다면 지난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박정희 신화가 그것을 증명하지 않았던가.

결국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10년간의 적폐 구조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4대강 비리,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근혜 시기에 벌어졌던 수많은 비리 사건들은 결국 국민 혈세의 사적인 유용이었으며, 이는 우리네 살림살이를 더욱 힘들게 하는 주요 원인이었다. 당장 그 천문학적인 돈이 국민들을 위해서 제대로만 쓰였다면 지금 우리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겠는가.

따라서 지금 정부여당이 해야 할 일은 다시금 적폐청산에 집중하는 것이다. 적폐청산을 통해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고 근본적으로 사회 구조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여 대기업에게 투자, 고용을 구걸할 것이 아니라, 먼 미래를 보고 과감하게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국가의 기틀을 바로잡아야 한다. 적폐청산을 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세상은 촛불집회 이후 바뀌었다. 국회의장은 적폐청산을 하다보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시민들은 그렇게 무지하지 않다. 더 이상 기득권만 대변하는 보수언론의 뉴스에 쉽게 휘둘리지 않으며, 보수야당의 발목잡이식 생트집도 구별할 수 있다. 6.13 지방선거 결과가 말해주지 않는가.

시민들은 적폐청산을 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먹고사는 문제가 나아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현 정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떨어졌지만 정의당의 지지율이 오르고, 보수야당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적폐청산에 박차를 가하기를 바란다. 결국 문제는 먹고사는 것이지만, 그것은 적폐청산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회의장은 착각 마시라. 국민은 아직 피곤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