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해외 재산 도피·은닉 근절 주문한 지 2개월 만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7-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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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공소시효 늘리고, 재판 악용 막고, 정부 “끝까지 추적”

역외탈세 방지는 정부가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핵심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 행위”라고 강조했었다.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도 지난 1월 제시한 개혁권고안에서 역외탈세 근절을 비중 있게 다뤘었다. 최근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역외탈세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의 분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해외자산 관리’ 그물을 한층 촘촘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역외거래에 세금을 물릴 수 있는 기간(부과제척기간)을 확대하는 걸 검토 중이다. 현재 역외거래의 부과제척기간은 과소신고 시 5년,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7년, 사기 등 부정행위가 수반된 경우 15년이다. 이것을 각각 10년, 15년, 15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과세 공소시효’를 연장해서 역외탈세를 더 오래 감시해 역외탈세자를 색출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다 별도 특례도 신설할 예정이다. 과세당국이 상대국에 역외거래 관련 정보를 요청하면 해당국에서 정보를 받은 날로부터 1년간 제척기간을 연장하는 식이다. 부과제척기간이 끝나기 직전에 국세청이 역외탈세 의심 거래를 인지해 상대국에 관련 정보를 요청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상대국이 부과제척기간 만료 후 정보를 회신했다 하더라도 특례에 따라 부과제척기간은 회신일로부터 1년간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례 규정은 역외탈세 혐의자가 국가 간 과세정보 교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역외탈세 혐의를 받는 사람이 상대국에서 정보보호 소송을 제기해 시간 끌기를 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부과제척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꼼수’다. 국세청 관계자는 1일 “재판에 3∼4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많아 역외탈세 관리의 ‘구멍’으로 지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역외탈세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현재 해외자산 신고 위반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위반금액의 20% 이하 벌금을 물리고 있다. 이 경우에 이중처벌 금지 차원에서 이미 부과된 과태료는 취소된다. 문제는 형사처벌 대부분이 벌금형이고, 과태료보다 벌금이 적은 사례가 많다는 데 있다. 해외금융계좌 100억원을 신고하지 않아 과태료 9억원을 부과 받았지만,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 과태료가 전액 취소된 사례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벌금액이 과태료보다 적으면 벌금액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을 과태료로 병행해 부과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헌법의 이중처벌 금지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밖에 정부는 미신고 해외자산의 소명 대상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미신고 해외자산에 대한 자금출처 등 소명의무’를 법인에까지 적용하자는 내용이다. 적용대상 자산도 기존 해외금융계좌에 해외부동산, 해외직접투자를 추가할 예정이다.

해외법인을 통해 운용하는 차명계좌의 신고 범위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이 100% 지배하는 외국법인의 해외금융계좌를 차명계좌로 보고, 실질적 소유자인 개인과 명의자인 외국법인이 모두 과세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내법인이 해외법인을 100% 지배하는 경우에만 차명계좌 신고의무를 적용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