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내부고발자 “국민기업 포스코 MB정부 때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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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
2018-06-15 09:3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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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는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전국공공노련, 한국석유공사와 시민단체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정민우 전 포스코 팀장 단독 인터뷰
“적폐 없는 사람이 포스코 회장 돼야
포피아가 포스코 사유화하려 해 시민단체·언론도 매의 눈으로 감시해야”

2018년 5월2일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이날 오후 4시 정민우 전 포스코 대외협력팀장이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를 찾았다. 검은색 코트 차림이었다. 인터뷰는 4층 골방에서 진행됐다. 의자에 앉자마자 그는 조그만 가방 안에서 사탕을 꺼냈다. 인터뷰하는 3시간 동안 그는 20개 남짓한 사탕을 까 먹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4월에 사임 뜻을 밝혔다. 다음 회장이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적폐와 관련 없는 사람이 포스코 회장이 돼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 포스코에서 주요 업무를 맡은 사람은 안 된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적폐와 관련 없는 사람이란.

=지난 9년 동안 포스코를 이끌던 경영진은 천문학적 자금을 날려버렸다. 포스코가 어떤 기업인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만든 기업이다. 원래 이 자금은 일제강점기 때 피해를 받은 위안부 할머니와 강제징용 노동자에게 가야 할 돈이었지만 국가 발전을 위해 포스코를 만드는 데 사용됐다. 이 때문에 포스코 1대 박태준 회장은 허투로 돈을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언젠가는 민족을 위해 크게 쓸 날이 온다고 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때 경영진은 허투루 돈을 썼다. 경영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정권에 놀아났다. 그 결과 국민기업 포스코는 몰락했다. 국민 신뢰마저 잃었다.

-시민단체 ‘포스코 바로세우기 시민연대’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구택 전 포스코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0년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인수할 때 사외이사들이 포스코를 전혀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는 당시 포스코 이사회 의장이었다. ‘깜’도 안 되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포스코는 엄청난 손실을 봤고, 힘없는 많은 직원이 해고당했다. 포스코는 실질적인 소유주가 없지 않는 대기업이다. 경영진이 도덕적으로 해이해질 경우 기업 피해와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게 사외이사인데, 안철수 후보는 그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성진지오텍 인수 당시 상황은 어땠나.

=성진지오텍은 2010년 부채비율이 1600%에 이르렀다. 회계감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이 ‘회생이 불가하다’고 판정했다. 이때 포스코가 구세주처럼 등장했다. 정준양 전 회장이 경영하던 그해 3월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3개월 평균 주가보다 30% 이상 비싸게 인수했다. 정준양 전 회장이 부도 위기에 몰린 전정도 전 성진지오텍 회장에게 엄청난 이득을 올릴 수 있게 도와주는 수상한 인수·합병을 한 것이다.

인수 적정성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정준양 전 회장과 전정도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세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과 친분이 두터웠다.

부실기업을 인수한 뒤 정준양 전 회장은 임기 말인 2013년 성진지오텍을 포스코 우량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에 합병했다. 하지만 합병 뒤 2016년 포스코플랜텍이 부실해지면서 상장이 폐지됐고 이 회사 직원 1100명이 해고됐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성진지오텍 경영권 확보를 위해 30% 정도 프리미엄을 지불한 것이며, 포스코플랜텍에서 해고된 노동자는 706명이라고 밝혀왔다.

-포스코는 2017년 2분기 이후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다.

=착시현상이다. 2017년부터 포스코는 지속적으로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 6월 현대중공업 보유 지분을 1900억원에 팔았다. 7월에는 KB금융 주식을 4400억원에 처분했다. 9월에는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230억원에 매각했다. 10월에는 일본 철강업체 신일철주금 지분 2210억원어치를 팔았다.

파는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일이 많다. 전략적으로 우호관계를 맺은 지분을 팔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는 민영화되면서 지분이 쪼개졌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를 지켜주는 게 우호 지분이다. 포스코는 적대적 인수·합병이 진행될 때 경영권 방어에 우호적인 ‘백기사’(white knight)가 될 주식을 팔고 있다. 이는 포스코를 무방비로 자본시장에 던져놓는 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보유 주식 매각이 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을 위한 것으로, 경영 상황에 따라 수시로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포스코는 왜 지분을 매각했다고 보나.

=회사 자금이 고갈되니, 있는 자산을 팔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영진 연임을 앞둬 실적을 좋게 보이려고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명박 정권 들어 부채가 33조원 늘었다. 당기순이익과 현금성자산이 심각하게 줄어들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갖고 있던 주식을 판 것이다. 주식뿐만 아니라 돈 되는 자산을 헐값에 내다 팔았다. 그중 하나가 포스코건설 송도 쌍둥이 사옥이다. 건설비로 3500억원가량 들어간 건물을 부영그룹에 3천억원만 받고 팔았다. 포스코는 서울 본사 사옥은 물론 포스코그룹 매각을 시도했다.

이에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동안 부채는 25조원 증가했지만, 사업 확장으로 자본이 17조원 증가했다고 밝혀왔다. 또 서울 본사 사옥 및 그룹 매각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이렇게 망가지게 된 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와 어떤 관계가 있나.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시작과 끝이었다. 포스코는 2011년 인수액이 100억원가량 추정되는 에콰도르의 ‘산토스CMI’를 무려 250억원에 샀다. 이 회사와 함께 영국 런던에 있는 EPC도 550억원에 사들였다. 포스코 간부들조차 몰랐다고 하는 이 회사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였다. 5년 뒤 포스코는 산토스CMI를 68억원, EPC를 0원에 소리 소문 없이 팔았다. 매각 당시 포스코 직원들에겐 ‘함구령’이 떨어졌다.

이렇게 포스코는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의문투성이 해외투자를 벌여 수십조원이 빠져나갔다. 이명박·이상득 형제가 관여했을 거라는 의혹이 있다. 이런 자원외교를 지원하느라 13조원에 이르렀던 포스코 유동 자산이 정준양 회장 임기 말인 2013년엔 1조5천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포스코는 이들 회사가 지속된 경영 실적 악화로 회사 가치가 하락해 매각한 것으로, 시장에서 관심이 적었을 뿐 소리 소문 없이 매각한 것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또 정준양 전 회장 취임 전인 2008년 12월 기준 유동자산은 13조6393억원으로, 임기 말인 2013년 12월 기준 유동자산은 11조9534억원으로 1조6859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쪽 사람들은 어떻게 개입했나.

=예를 들어 포스코가 산토스CMI를 인수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행사차 에콰도르를 찾았다. 이상득 당시 의원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두 차례 에콰도르를 다녀갔다. 이어 에콰도르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방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포스코는 산토스CMI 인수를 결정했다. 권오준 전 회장은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시절부터 이 전 의원을 수행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를 주도했다. 포스코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일부 간부는 오히려 승진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산토스CMI 인수가 중남미 시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자원외교와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밝혀왔다.

-결국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희생양이 된 것인가.

그렇다.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형태는 포스코 해외투자에 그대로 재활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 제철소인데 자원외교 때문에 몰락으로 이어졌다. 빈껍데기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정 상태가 최악이다. 회사를 운영할 돈이 사라지자, 알짜배기 건물과 사업을 팔아야 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이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면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포스코 이사들은 권오준 전 회장에게 연임을 선사했다. 정준양 전 회장과 함께 포스코를 몰락시킨 핵심 인물로 지적받는 이에게 포스코를 다시 맡겼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권오준 전 회장은 어떤 문제가 있었나.

=권 전 회장은 2010년부터 리튬사업 전도사로 불렸다. 2012년 볼리비아와 2014년 아르헨티나에 리튬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 어디에도 건설된 공장이 없다.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광산 회사 리테아한테 인수해 개발하겠다고 했다가 포기한 리튬 염호는 해발 4천m 고지에 있다. 리튬 개발 공장을 짓는다고 했지만, 터도 못 잡은 채 끝났다. 포스코에서 현지 기업과 건설하기로 했던 모든 것이 중단됐다. 이에 포스코는 현재 남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다시 건실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포스코 마피아인 ‘포피아’가 계속 포스코를 사유화하려 한다. 이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민영화한 기업에 관여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다르다. 포스코 1대 주주는 국민연금이다. 11.08% 지분을 보유했다. 국민이 포스코 1대 주주인 셈이다. 시민단체도 국민을 대신해 매의 눈으로 포스코를 감시해야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내부고발자가 된 까닭은.

=포스코가 거덜 나지 않았으면 나는 그럭저럭 조직에 순응하며 살았을 사람이다. 1993년 1월 포스코 여사원 공채 3기로 입사했다. 정준양 전 회장 때는 회사에서 연수를 보내줄 정도로 잘나갔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여성 대통령이 당선돼 여성인 나한테 대관 업무를 맡겼다. 대관 업무를 하다보니, 많은 곳에서 포스코 얘기를 들었다. 권오준 전 회장에게 직보했다. 권 전 회장이 자신에게 불리한 얘기를 했다고 나를 징계면직했다. 그 뒤 포스코는 내 개인 전자우편과 PC를 뒤지며 나를 압박했다. 감시와 미행도 이어졌다. 권고사직하라고 했지만 거부하자 징계면직했다.

-현재 포스코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포스코는 이명박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난 시점을 전후로 거덜이 났다. 그 많은 자금이 자원외교에 들어갔지만 되돌아온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마적떼가 마을을 휩쓸고 지나가면 마을 하나가 완전히 초토화된다. 그런 마을을 보는 느낌이다. 이에 포스코는 자원외교에 포스코 자금이 들어갔다는 주장은 입증된 바가 없고, 그런 의혹이 있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우 전 팀장은 요즘, 법무부 고위 간부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해 ‘미투’(Me Too) 운동을 불붙게 한 서지현 검사를 돕고 있다. 5월1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정의당 여성 국회의원이 모인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여성 국회의원 모임’이 연 간담회에 서 검사와 함께 참석했다. 정 전 팀장은 같은 동네에 사는 서지현 검사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검찰 바로 세우기와 포스코 바로 세우기가 서로 닮았기에 힘을 보태주려 한다고 했다.

정 전 팀장은 이렇게 인터뷰를 맺었다. “박태준 회장님은 1988년 5월 <한겨레> 창간 당시 포철이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한겨레> 창간 광고를 예약했죠.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였던 거예요. 우리 사회에 반석이 되기를 바란 거죠. 포스코도 마찬가지로 더 나은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가 끝난 그 앞에는 사탕 포장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밖에선 여전히 비가 내렸다. 바람 잘 날 없는 포스코에 밝은 햇살이 비칠지 몹시 궁금해졌다.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